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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우대 청약통장 개설… 15만8519개 → 4만7240개

입력 | 2023-10-23 03:00:00

예-적금 금리 상승에 외면받는 청년 정책금융상품
해지-미납 청년들 “금리 낮아”
‘5000만원 목돈’ 청년도약계좌도
출시 두달만에 5분의 1 수준 급감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4%대까지 오르면서 앞서 고금리 혜택을 앞세워 출시된 청년층 대상 정책금융상품이 외면받고 있다. 청년우대형 청약통장과 청년도약계좌의 신규 가입자 수가 급격히 줄고 있다.

22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청년우대형 청약종합저축 신규 개설 계좌 수는 올해 9월 기준 4만7240개로, 2020년(15만8519개)을 기점으로 하락세다. 청년우대형 청약종합저축은 기존 주택청약종합저축 상품에서 연 1.5%포인트의 우대금리와 비과세 혜택을 추가한 상품으로 최고 연 4.3%의 금리를 제공한다.

정부가 지난해 11월과 올해 8월 이자율을 두 차례나 인상했지만 청약통장의 인기는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 분양가가 오른 데다 금융권 수신금리도 상승하며 청약통장에 목돈을 넣어 둘 유인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날 기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연 4.00∼4.05% 수준이다. HUG가 6∼8월 은행원 761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청약통장 해지 및 저축 미납입 사유로 ‘타 예·적금 상품 대비 낮은 금리’를 꼽은 비율이 가장 높았다.

금융당국이 6월 출시한 청년도약계좌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청년도약계좌는 매달 70만 원씩 5년간 납입하면 최대 5000만 원의 목돈을 모을 수 있도록 설계됐다. 서민진흥금융원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도약계좌를 개설한 청년은 4만4000명으로, 8월(12만5000명) 대비 64.8% 급감했다. 지난달까지 총 가입자 수는 금융당국이 예상한 306만 명의 13.8%(42만2000명)에 불과하다.

당국은 청년도약계좌가 정부기여금 및 관련 이자, 이자소득 비과세 등으로 최대 8%대 금리의 효과가 있다고 하지만 장기간 납입에 부담을 느끼는 청년들은 그 이득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청년도약계좌 신청자 수는 6월 76만1000명에서 8월 15만8000명으로 출시 두 달 만에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청년도약계좌 가입을 망설이다 결국 포기한 직장인 김모 씨(28)는 “매달 80만 원의 적금을 넣고 있는 와중에 5년을 모으는 것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비슷한 금리를 제공하는 상품도 많아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반면 금융권에선 비슷한 혜택을 제공하는 고금리 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8월 출시된 ‘토스뱅크 자유적금’은 자동이체 조건만 충족하면 연 5%의 금리를 준다. 청년도약계좌 최대 납입 금액과 동일한 70만 원을 36개월간 저축할 경우 2700여만 원을 받게 된다.

예·적금과 달리 원금 보장이 되지 않는 정책상품 ‘청년형 소득공제 장기펀드’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날 기준 운용 중인 펀드 28개(펀드 클래스별 합산) 중 절반은 운용 규모가 1억 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10억 원 이상이 유입된 건 ‘KB 지속가능 배당 50 청년형 소득공제’(18억9700만 원)가 유일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청년 수요 및 운영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연내 청년층 자립 등을 위한 금융지원 방안을 추가로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수연 기자 sy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