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표 이탈… 바이든 재선 악재 일각 “고령논란 희석 기회” 주장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백악관에서 샤를 미셸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을 만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중동전쟁 등에 관한 발언을 듣고 있다. 워싱턴=AP 뉴시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간 중동전쟁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재선 가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던 무슬림 유권자들의 이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1일 미 하버드대 미국정치연구소(CAPS)와 여론조사기관 해리스폴이 발표한 미 유권자 2116명을 대상으로 한 월례 온라인 여론조사에서 대선 양자 대결 시 바이든 대통령을 뽑겠다는 응답은 41%로, 46%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5%포인트 낮았다. 지난달 같은 조사보다 바이든 대통령은 1%포인트 줄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2%포인트 높아졌다.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를 포함한 가상 3자 대결에서도 바이든 대통령은 33%에 그쳐 트럼프 전 대통령(39%)에게 뒤졌다.
전체 응답자의 58%는 “이스라엘 전폭 지원”을 약속한 바이든 대통령의 정책을 지지했고, 64%는 미국이 이스라엘에 군사적으로 지원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여론은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 정책에 힘을 싣고 있지만 이 지지가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로 이어지진 않았다.
바이든 재선 캠프에서는 (중동 및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를 고령 논란을 희석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미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재선 캠프는 ‘바이든 대통령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위험한 국제 위기를 처리할 수 있는 경험과 지혜를 가졌다’고 주장하면서 (고령이라는) 취약점을 강점으로 바꾸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19일 취임 후 두 번째 백악관 집무실 오벌오피스 연설에서 이스라엘 및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 1050억 달러(약 142조 원)를 요청한 것도 이 같은 전략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 뉴욕타임스는(NYT)는 “중동전쟁이 앞으로 몇 주, 몇 달 동안 계속 뉴스를 지배한다면 대선 캠페인 성격이 바뀔 수 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 도전 과정에서 자신을 ‘전시(戰時) 대통령’으로 내세울 수 있다. (다만) 이는 정치적 위험을 수반할 것”이라고 전했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