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사우디 경제협력] 韓, 비상시 비축원유 우선구매권 尹 “사우디 원유시장 리더십 기대” 무함마드와 중동전쟁 관련 의견교환 尹 “인도적 지원 등 협력할 것”
韓-사우디 확대 정상회담 사우디아라비아를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총리와 22일(현지 시간) 확대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리야드=뉴시스
“국제 원유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한 상황에서 에너지 시장의 핵심 국가이자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시장 안정을 위한 리더십을 발휘해 주기를 기대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22일(현지 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야마마궁에서 열린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 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은 “포스트 오일 시대에 한국은 사우디의 최적의 파트너”라며 에너지 안보 협력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90%가 넘는 한국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중동전쟁 격화에 따른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 등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에너지 안보에 방점을 찍었다는 것. 또 ‘탈탄소 경제’의 미래를 양국이 함께 그려나간다는 의미도 담겨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한-사우디, 석유 530만 배럴 원유 공동 비축
대통령실은 22일 한-사우디 정상회담에 따라 한국석유공사와 사우디 국영 석유 기업인 아람코 간 530만 배럴 규모의 원유 공동 비축 계약이 체결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아람코는 2028년까지 530만 배럴 규모의 원유를 울산 비축 기지에 저장, 판매하게 된다. 한국은 석유 수급 비상 시에 비축된 아람코 원유를 우선 구매할 수 있는 권리와 5년 임대 기간 동안 대여 수입도 보장받는다. 앞서 윤 대통령은 1월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 때 UAE로부터 400만 배럴 규모 석유 우선 구매권을 확보하는 국제공동비축사업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최상목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에너지 공급 안전성이 중요해지는 시점에 이뤄진 정상 간 논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양국 정상은 사우디 탄소중립 협력, 기후변화 대응에 양국이 협력을 강화할 필요성도 나란히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현지 매체 알 리야드와의 인터뷰에서도 “사우디가 사우디 그린 이니셔티브와 중동 그린 이니셔티브를 통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며 “한국이 탄소중립 이행을 앞당기기 위해 원전, 수소 등 고효율 무탄소에너지(CFE)를 폭넓게 활용하면서 탄소포집활용저장기술(CCUS)을 발전시켜 나가고자 하는 만큼 양국 협력의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또 “사우디는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를 기반으로 한 수소 생산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만큼, 수소경제 실현을 위해 함께 협력하기를 희망한다”고도 했다.
윤 대통령은 회담에 앞서 6월 현대건설이 석유화학 플랜트를 건설하는 ‘아미랄 프로젝트’를 수주한 데 대해 “사우디 건설 진출 50주년을 기념하는 큰 성과”라고 말했다. 네옴, 키디야, 홍해 등 메가 프로젝트에 우리 기업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무함마드 왕세자의 관심도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도 “사우디 리야드 시내의 사우디 내무부 청사가 바로 한국 기업(현대건설)이 건설한 건물”이라며 “앞으로 사우디가 네옴과 같은 신도시를 건설하는 과정에도 한국 기업이 좋은 동반자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윤 대통령에게 “사우디의 국가발전 전략인 ‘비전 2030’에 대한 실질 협력을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윤 대통령과 더욱 자주 소통하고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 尹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에 인도적 지원”
윤 대통령과 무함마드 왕세자가 이스라엘-하마스 간 무력 충돌로 불안이 가중되는 중동 정세에 관해서도 의견을 교환한 가운데 윤 대통령은 인도적 지원 등 필요한 협력을 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북핵·미사일 도발, 이스라엘-하마스 간 무력 충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안보의 불안정성이 심화되는 가운데, 이번 한-사우디 회담은 양국이 세계의 평화와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함께 어떻게 기여할지 의견을 교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는데 그 연장선상에서 나온 발언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북한과 러시아가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군사협력을 논의한 것은 대단히 우려스럽다”고도 했다. 또 “사우디가 국제무대에서 핵 비확산에 관한 확고한 지지 입장을 견지해 온 만큼, 한국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이의 개발을 차단하는 데 사우디와 적극 협력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에 사우디도 적극 협력해 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리야드=장관석 기자 j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