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승웅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
중국 경제 전망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의 시각이 함께 있다. 부동산 시장의 장기 부진과 높은 청년 실업률, 대외환경 불확실성의 지속으로 인해 비관적인 전망을 유지하는 투자자가 적지 않다. 반대로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전달 대비 0.5포인트 오른 50.2를 기록하며 6개월 만에 경기 확장을 의미하는 50을 넘어선 데다, 산업생산 개선 등 여러 지표의 반등으로 경기 회복 기대감이 확산되는 모습도 관찰된다.
엇갈리는 중국 경제에 대한 전망이 쏟아지는 가운데 실제 경기 방향성을 가늠하는 데 재고 사이클이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현재 중국의 재고 사이클을 보면 제조업의 재고가 고갈되고, 재고를 확충하는 구간에 가까워졌다고 판단된다. 중장기 저성장을 뜻하는 ‘L자형’ 경기 침체 우려에도 40개월 내외의 소순환적 반등을 기대하는 이유다.
재고 사이클과 가장 상관관계가 높은 지표는 생산자물가지수(PPI)다. 중국 PPI는 제조업 재고를 3개월가량 선행하는 성격을 지니는데 7월을 변곡점으로 바닥을 쳤다. 유가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 상승, 전년도 기저효과 약화, 수요 회복 등으로 내년까지 완만한 반등세가 예상된다. 대만으로부터 중간재를 수입해 부품과 완성품을 제조하는 중국 제조업 특성상 대만의 중국을 대상으로 한 수출도 참고할 만한 지표다. 양안 관계 악화와 리오프닝 수요 부진으로 지난해 4분기(10∼12월)부터 감소세를 이어갔으나 최근 낙폭을 크게 줄이며 반등하는 모습을 보인다.
재고순환 지표의 개선은 기업 이익 전망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제조업의 재고 사이클과 중국 본토 증시의 예상 주당순이익(EPS) 변화율 간의 연관성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상장사들의 이익 추정치도 저점을 통과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런민은행이 4분기까지 완화적 통화정책을 예고한 것도 경기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급준비율과 정책금리 인하 등 경기 부양을 위해 추가로 쓸 수 있는 카드도 남아 있다.
중국 경기는 소순환적 반등을 앞두고 있다. 재고 사이클 개선 등 산업 전반의 긍정적인 변화가 주가에 반영될 경우 중국 증시 역시 살아날 가능성이 크다. 과거 재고를 확충하는 국면에서 화학, 비철, 기계 관련 주식과 가전, 의류 등 소비 관련 주식들이 시장 수익률을 초과 달성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들 업종의 밸류에이션이 과거 평균을 밑돌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신승웅 신한투자증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