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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김현수]미국 국채 금리 초고속 급등이 두려운 이유

입력 | 2023-10-23 23:45:00

美 고금리 장기화-재정 적자에 16년 만의 최고치
반도체-車 수출 중심 ‘약한 고리’ 韓 경제 충격 우려



김현수 뉴욕 특파원


요즘 미국 월가를 휩쓰는 질문은 이것이다.

“도대체 미국 국채 금리는 왜 이렇게 오르나?”

지난주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장중 5%를 찍었다. 지난 16년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한 수준이다. 미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직후인 올 4월에는 3.5%였다. 월가 관계자는 “5% 수준도 놀랍지만 빠른 상승 속도가 더욱 시장에 공포감을 준다”고 말했다.

장기 금리를 올리는 장본인은 누굴까. 가장 많이 지목되는 것은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 경로다. 지난달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3.7%로 지난해 정점이던 9.1%보다 많이 완화됐지만 여전히 연준 목표치(2%대)와는 거리가 멀다. 미국의 강력한 ‘나 홀로 성장’은 2%대 전망을 더욱 멀어지게 한다. 그래서 장기 금리가 오른다. 내년에도, 후년에도 연준이 금리를 팍팍 내릴 것 같지 않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최근 급상승을 설명하기 어렵다.

그 두 번째 요인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직접 언급했다. 19일(현지 시간) 뉴욕 경제클럽 대담에서 파월 의장은 10여 분을 국채 금리 상승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확실히 인플레이션이나 연준 금리 때문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뒤 “오랜 기간 국채를 보유할 때 위험을 보상해줘야 하는 ‘기간 프리미엄’이 올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마디로 만기까지 천지가 개벽할 만한 위험이 있을 수 있으니 시장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하고 있다는 의미다.

파월 의장은 위험의 예로 재정 적자를 들었다. 미 연방정부 재정 적자 규모는 2023년 회계연도 국내총생산(GDP) 6.3%인 1조6950억 달러(약 2290조 원)다.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고 역사적으로 높다. 미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의 리더십 내홍 속에 다음 달 또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위기감이 커질 것이다.

미 국채의 공급과 수요 불균형 우려도 작지 않다. 미 국채는 누가 사줄까? 미국에서는 연준, 해외에서는 일본 중국이 물량을 받아내는 축이었다. 하지만 연준은 국채 보유량을 줄이는 양적긴축(QT) 중이다. 일본은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억누르고 있는 국채 금리 상한선을 올릴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 경우 일본 투자자들이 미 국채에서 일본 국채로 돌아선다. 중국은 미 국채를 매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크라이나와 중동 등 두 전쟁에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야 하는 미국으로서 국채 공급은 늘어날 것이 뻔한데 수요는 위축되는 셈이다. 그러면 채권 가격은 떨어지고 금리는 오른다.

금리를 높이는 미국의 나 홀로 성장과 재정 적자, 그리고 지정학적 갈등은 쉽게 해소될 길이 보이지 않는다.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시장의 실질적인 기준이 되는 금리다. 이 때문에 한국뿐 아니라 영국 독일 같은 주요국 장기 국채 금리는 물론이고 주택담보대출, 회사채 금리도 치솟고 있다. SVB가 금리 급등으로 보유 채권 가격이 폭락하면서 파산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미 국채 금리 상승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약한 고리’에 미치는 충격파는 더 크다.

반도체 주요 고객사인 테크(정보기술·IT) 기업은 빚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금리에 취약하다. 소비자는 할부로 사야 하는 자동차 TV 같은 고가 제품 소비를 줄인다. 한국 수출의 기둥 같은 품목들이다. 어느 것 하나 한국 경제에 좋은 소식이 아니다.



김현수 뉴욕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