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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인요한 혁신위, 尹에 할 말 하는 여당 만들라

입력 | 2023-10-23 23:57:00

與 김기현 대표 만난 인요한 혁신위원장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왼쪽)이 김기현 대표와 23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혁신위는 위원 구성, 활동 범위, 안건과 활동 기한 등 제반 사항에 대해 전권을 갖고 자율적, 독립적 판단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에 인요한 연세대 교수가 임명됐다. 인 위원장은 어제 “와이프하고 아이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여권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강도 높은 쇄신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유진 벨 미국 선교사의 외증손자인 인 교수는 가문의 교육 및 의료 활동 공헌을 인정받아 2012년 ‘특별귀화 1호’ 대상자가 됐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인수위에서 국민대통합 부위원장을 지냈다.

인요한 혁신위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통해 윤석열 정권을 심판한 민의에 응답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보선의 원인을 제공한 당사자를 사면·복권시켜 공천까지 밀어붙인 일방통행 리더십을 보였다. 민생정책을 추진하면서 제1야당에 대한 협치 노력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러니 윤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를 전면 쇄신하라는 요구가 나오는 것 아닌가. 인 위원장은 윤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 “정책의 방향은 맞지만 방법론이나 전달 방식은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존재감 없는 집권여당의 쇄신도 중요한 과제다. 여당 내에서도 대통령실의 독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대통령실 눈치만 살피는 무기력한 모습만 보여 왔다. 윤 대통령의 입김이 거세질 내년 총선 공천을 의식해 몸을 사린 탓이다. 정치적 기반인 영남권과 보수 지지층만 바라보는 ‘웰빙 정당’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 중도층 외연 확장의 기대는 꺾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관련 이슈에만 집중했을 뿐 주목할 만한 민생정책 하나 제대로 내놓지 못했으니 집권여당의 위상은 바닥을 칠 수 밖에 없었다. 인요한 혁신위는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에게도 할 말 하는 여당으로 환골탈태할 수 있는 혁신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인요한 혁신위가 성공하려면 그 어떤 성역도 없어야 한다. 김기현 대표가 “혁신위는 활동 범위 등에 전권을 갖고 자율적, 독립적 판단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한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 앞으로 혁신위가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면 혁신의 범위나 방향을 놓고 적잖은 불협화음이 생길 수도 있다. 당 안팎에서 혁신위 활동에 시비나 제동을 건다면 모처럼 온 여권의 쇄신 기회는 물거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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