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양댐 50년, 기후위기 넘어라]〈3〉국내외 무산됐던 댐 건설 재개 美 캘리포니아, 5년간 13조원 피해… 1980년대 중단했던 댐 내년 착공 日, 2020년 집중호우로 인명 사고… 2009년 무산된 홍수 조절 댐 건설 국내서도 이상기후 대응 목소리 커져… 환경부 내년 전국 10곳 타당성 조사
10일(현지 시간) 미얀마 남부에 24시간 동안 200mm의 비가 쏟아져 침수된 지역을 주민들이 헤쳐 나가고 있다. 59년 만의 이 폭우로 1만 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군부는 공식 사망자 수를 발표하지 않았지만 구조대가 시신을 수습했다고 밝혔다. 신화 뉴시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은 ‘글로벌 리스크 2023’에서 ‘향후 10년간 인류를 위협할 장기 리스크’ 10개를 발표했다. 1위는 기후변화 완화 실패, 2위는 기후변화 적응 실패, 3위는 자연재해와 이상기후였다. 1위부터 3위까지가 모두 기후위기인 것이다. 세계은행(WB)에서는 최근 20년간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전 세계 14억 명이 가뭄 피해를, 17억 명이 홍수 피해를 겪었다고 지적했다.
해외 각국에서는 이미 시작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가뭄 시기에 쓸 수 있는 수자원을 저장하거나, 홍수기에 쏟아지는 비를 가둬 홍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물그릇(Water Storage)’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물을 담을 수 있는 그릇, 다름 아닌 댐이다.
● 미-일, 이상기후 겪고 물그릇 확보 나서
일본과 호주에서도 과거 주민들의 반대로 건설이 중단됐던 댐을 다시 짓고 있다. 일본에서는 2009년 중단됐던 ‘가와베가와댐’ 사업을 2020년 11월 다시 시작했다. 같은 해 여름 시간당 최고 98mm 수준의 집중호우가 퍼부으며 65명이 목숨을 잃는 홍수를 겪고 나서다. 1966년 다목적댐으로 계획했다가 주민 반대와 수질 악화 논란으로 중단한 사업이었다. 높이 107m, 수용량 1.3억 ㎥ 등 홍수 조절용 댐으론 일본 최대 규모로, 작년 11월 환경영향평가 결과가 나오는 등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 “‘토건 사업’ 아닌 ‘물 복지’ 차원서 고려”
물그릇 확보로 가장 먼저 신규 댐 건설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입지 선정부터 지역 주민 동의 등의 절차를 밟다 보면 최소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이에 기존 댐 보강으로 ‘급한 불 끄기’에 나선 국가들도 있다.호주 남부 지역은 2017∼2019년 수도 사용을 제한할 정도로 심각한 가뭄을 겪었다. 이후 2019년 정부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목표로 하는 물 인프라 투자 전문기관 ‘국가워터그리드공사’를 설립했다. 지난해 말 기준 이 기관에서는 신규 댐 건설뿐 아니라 기존 댐 높이를 높이거나 댐 하류 지점에 보조댐을 만드는 등의 댐 보강 관련 프로젝트 10개가 진행되고 있다. 프랑스는 1900년대 지어진 수력발전 댐들을 구조 변경을 통해 이미 1990년대부터 다목적댐으로 전환해 홍수 조절, 용수 공급 등 댐 부가가치를 높였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8월 수도권 ‘극한 호우’와 올 상반기 극심했던 남부 지방 가뭄 등을 지나며 이상기후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8월 감사원은 2031년 매년 최대 6억2600여만 t의 물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서울시민들이 2021년 한 해 사용한 수돗물 양(11억95만 t)의 57% 수준이다. 감사원은 “환경부가 2021년 예측한 물 부족량보다 2.2∼2.4배 많은 수치”라며 “과거 데이터를 토대로 물 부족량을 예측했다. 미래 기후변화 요인을 반영해 중장기 물 수급 예측 체계를 개선할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적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