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시설, 도로폭 좁혀 병목현상 1년간 시정 조치 안해… 檢, 수사 “이행강제금 대신 철거명령을” 지적 “1주기 되도록 누구도 책임안져”… 유가족협, 책임자 처벌 등 요구
지난해 10월 29일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인명피해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꼽힌 ‘불법 증축’ 건물이 참사 현장 인근에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참사 때 불법 시설물 때문에 도로 폭이 좁아져 시민들이 대피할 때 병목 현상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을 받았다.
● 참사 이후 불법 증축 279건 적발
동아일보 취재팀은 23일 지난해 참사가 발생한 세계음식문화거리 ‘T자 골목’에 불법 증축 건물이 남아 있는지 점검했다. 1년 전 참사가 발생한 직후 점검했을 때 건물 6곳의 불법 증축 사실을 확인했는데, 이 중 사고 현장에서 불과 40m 떨어진 1곳은 여전히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채 남아 있었다.
불법 증축 상태인 이 건물은 철골조와 H빔을 이용해 2층에 180㎡(약 55평) 공간을 무단 증축해 2018년 6, 12월 용산구로부터 두 차례 ‘위반건축물’ 판정을 받았다. 이후 수차례 고지에도 시정 조치가 이뤄지지 않자 용산구는 지난해 11월 해당 건축물 소유주 등을 서울 용산경찰서에 고발했다. 해당 사건은 올 3월 검찰로 송치돼 현재 수사 중이다.
용산구는 지난달까지 시정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8건을 용산서에 고발했다. 이 중 3건이 검찰에 송치됐는데 검찰은 1건을 ‘혐의 없음’으로 종결하고 나머지 2건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불법 증축 근절을 위한 강도 높은 행정 집행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안형준 전 건국대 건축대학장은 “불법 증축에 따른 이득이 이행강제금보다 큰 이상 불법 증축은 계속될 것”이라며 “이행강제금 대신 철거 명령을 내리는 등 강력한 행정 집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가 고발 또는 강제 철거를 신속하게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최명기 한국기술사회 안전조사위원장은 “지금은 시정 조치 미이행 시 강제 집행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 고발 또는 철거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사고 재발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 경찰 “1260명 투입해 인파 관리”
10·29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대책회의)는 23일 오후 2시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속한 재판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이날 1인 시위에 나선 참사 희생자 고 유연주 씨의 부친 유형우 씨는 “경찰관을 꿈꾸던 딸이 인사도 없이 떠난 지 1년이 됐다”며 “1주기가 되도록 어느 누구 하나 ‘내 실수다, 내 잘못이다’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임재혁 인턴기자 중앙대 공공인재학부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