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이, 가자지구 작전 병사 사망에도 지상군 투입 강행 의지 연일 강조 하마스 지도자-이란 외교장관 통화
모형 비둘기 들고 인질 석방 촉구 22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하마스의 인질 석방 촉구 집회에서 모녀로 보이는 참가자들이 ‘평화의 상징’ 비둘기 모형을 들고 부둥켜안은 채 눈물을 흘리고 있다. 파리=AP 뉴시스
“밤새 가자지구 안에서 이스라엘군 보병 및 기갑부대의 공격이 있었다. 이는 테러 분대를 사살하기 위한 공격으로, 전쟁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것이다.”
23일(현지 시간) 오전 다니엘 하가리 이스라엘군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제한적인 지상작전’을 펼친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작전은 지난 24시간 이뤄졌으며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이슬라믹지하드(PIJ) 대원들이 숨어 있는 수십 개 본부를 표적으로 삼았다고 했다. 하가리 대변인은 이를 ‘깊숙한(deep) 침투’였다고 표현했다.
이스라엘군은 이후 가자지구에 대한 군사 단속을 강화하는 동시에 가자지구 분리장벽 인근으로 군대를 집결시키고 있다. 본격적인 지상군 투입을 준비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미국 등 국제사회의 지상군 투입 연기 압박에도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붙잡힌 민간인 인질의 석방 협상을 위한 휴전은 없다”며 강행 의지를 강조했다. 이에 하마스 또한 최대 후원자 이란과 대책 마련 논의에 돌입했다.
● 이스라엘군, 가자지구 내 첫 사망
공습 받은 건물서 여성 구조 22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부 도시 라파에서 사람들이 이스라엘군 공습을 받은 건물에서 온몸에 잿빛 흙먼지를 뒤집어쓴 여성을 대피시키고 있다. 라파=AP 뉴시스
이처럼 지상전을 개시하면 양측 군인과 민간인의 대규모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우려에도 이스라엘은 연일 지상군 투입 의사를 강조했다.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는 이날 CNN에 “인질 석방 협상을 위한 휴전은 없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그는 지상군 투입을 연기하라는 미국의 압박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인질 석방 노력과 민간인 희생 우려가 하마스를 제거하는 작전에 영향을 끼치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도 강조했다.
하마스의 대응도 빨라졌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카타르에 머무르고 있는 이스마일 하니예 하마스 지도자는 같은 날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과의 통화에서 “이스라엘의 범죄를 막을 모든 수단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란 국영통신사 IRNA는 이란과 시리아 국방장관도 통화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 ‘지상전 딜레마’도 고조
지상군 투입에 대한 이스라엘의 고심도 상당하다. 민간인 피해가 커지면 국제 여론이 악화하고 미국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 헤즈볼라는 “이스라엘이 지상전을 시작하면 우리도 참전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이때 이스라엘은 하마스, 헤즈볼라를 넘어 요르단강 서안지구, 시리아 등에서 ‘다중 전쟁’을 치러야 할 수 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22일 헤즈볼라가 분쟁 수위를 높이면 대대적 공습을 통해 “레바논을 석기 시대로 돌려놓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어지간한 국가의 정규군에 맞먹는 병력과 무기로 무장한 헤즈볼라와 맞서려면 미국의 군사 지원이 필수적이다.
다만 하마스에 대한 이스라엘 내부 비판 여론이 상당한 상황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낮은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강경책을 고수할 것이란 전망 또한 여전하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