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SG사태 이어 영풍제지 사태까지 주주 손실 막대 "한 번은 참을 수 있어도 두 번은 못 참아"
키움증권이 영풍제지 하한가 사태로 발생한 5000억원의 미수금 규모를 밝히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가 물량을 내던지면서 하루에 주가가 23% 넘게 빠져 투자자들은 패닉 상태에 빠졌다.
이번 미수금은 키움증권의 상반기 순이익(4258억원)을 뛰어넘는 규모다. 지난 4월 소시에테제네랄(SG) 증권발 주가 사태에 이어 또 미수금 폭탄에 휘말리면서 리스크 관리에 소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업계에서는 대규모 미수금이 발생한 만큼 당분간 주가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는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영풍제지 하한가로 인해 고객 위탁계좌에서 미수금 4943억원이 발생한다는 키움증권의 공시(20일) 후 첫 거래일이었던 23일 주가는 전일 대비 23.93%(2만4000원) 빠졌다. 이튿날인 이날도 주가는 반등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키움증권은 반대매매를 통해 미수금을 회수할 예정이며 고객의 변제에 따라 최종 미수채권 금액은 감소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현재 영풍제지가 거래정지된 상태여서 자금회수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이번 미수금 중 4000억원 가량은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자들은 분노하고 있다. 파격적인 주주 환원책을 내놓으며 SG사태에 격분한 주주들을 달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구설수에 오르면서 막대한 손실을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최근 키움증권의 주가는 향후 3년간 당기순이익의 30%를 주주에 환원할 것이라고 밝힌 직후인 지난 11일 15.1% 반짝 급등했다가 이후 줄곧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최근 영풍제지 사태로 대규모 미수금까지 발생해 주가에 악재가 더해졌다.
종목토론방에는 “대형사고 누가 책임지나” “주주환원 약속을 이런식으로 지키냐” “한 번은 실 수지만 두 번은 못 참아” 등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그러다가 지난 19일부터 미수거래와 신용융자를 차단하는 등 뒤늦은 리스크관리 강화에 분주한 모습이다.
지난 20일 애경케미칼 LS전선아시아 등 8개 종목에 대해 신용융자와 담보대출을 막고 증거금률을 100%로 설정한데 이어 23일에도 포스코홀딩스, 한미반도체,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포스코DX 등 15개 종목에 대해서도 동일한 조치를 취했다.
신용융자 불가 종목으로 지정되면 만기 연장이 불가능해진다. 미수거래도 빚내서 주식 매수를 불가능하게 한다는 점에서 개인의 유동성을 마르게 하는 효과가 있다.
해당 종목들에 대해 ‘빚투’(빚 내서 투자)를 사용했던 투자자들은 만기일까지 차입금을 상환하거나 주식을 매도해야 한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키움증권은 리스크 관리를 목적으로 19∼20일에 걸쳐 일부 종목에 증거금률을 100%로 상향했는데 해당 종목에 대한 (수급)우려 확대에 따른 충격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증권사들은 키움증권의 눈높이를 줄줄이 내려잡고 있다. 삼성증권은 키움증권의 목표주가를 기존 12만5000원에서 10만원으로 낮췄고, KB증권은 기존 13만원에서 12만3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KB증권에서는 키움증권의 올 4분기 실적에 2500억원의 비용을 반영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영풍제지의 거래정지 전 3일 평균 거래대금이 3464억원이었단 점을 감안하면 미수거래가 비정상적으로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키움증권에 쏠림 현상이 나타났다고 판단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