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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성 통증, 척수강 약물로 조절… 환자 삶의 질 위해 보험 확대를”

입력 | 2023-10-25 03:00:00

암성 통증과 조절 방법
환자마다 통증 기간-정도 달라… 필요할땐 마약성 진통제도 사용
약물 주입 펌프 삽입 수술하면… 적은 용량으로도 통증 조절 가능
현재 기대 여명 1년 이상만 보험



“약물 치료만으로 통증이 조절되지 않거나 지속적인 부작용으로 마약성 진통제를 증량할 수 없는 환자들도 있다”최성수 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암 환자의 5년 상대 생존율은 70.7%에 이른다. 조기 진단과 최신 치료 옵션의 발달로 암 환자의 생존 기간이 늘어나고 있지만 암과 함께 살아가는 기간이 길어진 만큼 암으로 인한 통증을 겪는 환자도 많아지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최성수 교수에게 암성 통증과 조절 방법에 관해 물었다.



―암성 통증이란 무엇인가.

“항암 치료 중인 환자 55%, 진행 암·전이암 혹은 말기 암 환자의 66.4%가 암성 통증을 겪는다. 암이 전이되면 뼈, 근육, 조직 등이 손상되며 통증을 느낀다. 이는 일상 회복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친다. 통증은 만성적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돌발적으로 발생해 암 환자의 삶의 질에 있어 매우 치명적이다.”



―암성 통증이 발생하는 시기가 다양한 것 같다.

“암성 통증은 어느 시기에도 나타날 수 있다. 요즘은 건강검진을 하기 때문에 조기에 증상이 없어도 암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은데 과거에는 아픈 것 때문에 암이 발견되는 경우가 많았다. 암성 통증은 치료를 마친 다음에도 나타날 수 있다. 이를테면 암이 완치가 된 다음에도 후유증과 비슷하게 통증이 남아 있을 수 있다. 그래서 암성 통증이란 암과 관련돼 나타나는 모든 통증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암성 통증도 만성 통증과 돌발성 통증으로 구분되는가.


“암성 통증은 암과 관련된 통증이고 만성 통증은 어떤 종류의 통증이든 3개월 또는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뜻한다. 암은 금방 치료되지 않기 때문에 암성 통증을 겪는 기간도 3개월, 6개월 이상으로 길어질 수 있다. 그래서 암성 통증도 만성 통증화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치료 방법은….

“환자의 통증은 일반적으로 경구용 마약성 진통제로 관리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환자는 약물 치료만으로 효과적으로 통증을 조절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따라서 통증 유발 요인의 조절을 목표로 치료한다. 통증 강도가 약한 정도라면 기본적인 진통제인 아세트아미노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 등을 첫 단계로 사용한다. 그래도 통증이 잡히지 않을 경우 추가로 약한 수준의 아편계 진통제를 사용한다. 마약성 진통제라는 말 대신 ‘아편유사제’라는 말이 더 올바른 말이다. 통상적으로 마약이라 이야기하는 것은 아편에서 유래됐다. 이를 유사한 구조로 개발하고 합성한 비슷한 계열의 약물을 통칭하는 것이 아편계 유사제이기 때문이다. 1980년대 WHO(세계보건기구)에서 만든 ‘진통제 사다리’라는 시스템을 기반으로 통증 정도에 따라 약한 진통제부터 통증의 강도가 올라갈수록 마약성 진통제라고도 불리는 아편유사제까지 추가하며 약물 치료를 하게 된다.”



―통증을 느끼는 정도는 사람마다 차이가 큰데 처방 기준이 있나.

“통증은 피검사처럼 수치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환자의 증상을 보고 임상적으로 판단한다. 통증의 정의는 굉장히 넓고 주관적이다. 통증은 환자가 느끼는 감각적인 불쾌한 경험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인 문제가 항상 함께 따라온다. 환자가 이야기하는 강도의 통증을 믿고 처방하며 의사는 이에 대해 적절한 대처를 해야 한다. 그다음 경과를 보고 환자가 진짜 아픈지, 통증을 과장할 수 있는 다른 요인이 있지 않은지 새롭게 평가한다.”



―최근 마약중독이 심각하다. 마약을 처음 접하는 많은 경우가 병원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치료와 남용은 별개의 문제다. 남용을 하게 되는 것이 문제다. 물론 의사가 처방한 대로 지키면 중독의 위험은 줄어든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든지 처방대로 복용하지 않고 남용할 경우, 예를 들어 한 달 치 약을 처방했는데 2주 만에 모두 복용하고 다시 오는 경우가 문제다. 처방이 부적절할 수도 있지만 환자가 남용하는 경우에도 이런 일이 생긴다. 그러나 이것을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아편유사제를 처방하는 것이 오용이나 남용의 위험이 있다고 얘기할 수 있지만 그것 때문에 아편유사제를 처방하면 안 된다는 것이 아니다. 통증 조절에 있어 굉장히 좋은 약이기 때문이다.”



―아편유사제를 사용할 때 척수강 내 약물 주입 펌프를 이용할 수 있다는데….

“무슨 약이든 이득과 위험성을 비교 평가한 후 위험성을 감수할 수 있는 선에서 사용하게 된다. 아편유사제도 통증을 줄여주는 큰 이득이 있지만 부작용도 있다. 구토, 어지러움, 가려움 등이 대표적이며 심하면 숨쉬기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다. 통증이 충분히 조절되지 않으면 아편유사제의 용량을 조금씩 올리게 되는데 증가하는 진통 효과만큼 부작용도 함께 올라갈 수밖에 없다. 척수강 내 약물 주입 펌프는 더 적은 아편유사제로도 통증을 관리하려는 방편에서 고안됐다. 척수강 내로 약을 투여하는 척수강 내 약물 주입 펌프와 같은 방법을 사용하면 이론적으로 경구용 약제로 복용하는 양의 300분의 1 용량으로 동등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부작용에 대한 부담을 줄이면서도 똑같이 통증을 조절할 수 있다.”

―약물 주입 펌프를 사용하려면 수술이 필요한가.

“척수강으로 직접 관을 넣어 척수에 직접적으로 약이 들어가도록 해줘야 하므로 수술이 필요하다. 통증을 포함한 감각은 척수를 통해 신호가 전달돼 뇌에서 인지되기 때문이다. 경구용 약제와 비교하면 다른 장기에는 약물이 상대적으로 덜 가게 되므로 적은 용량으로 통증 조절을 할 수 있다.”



―사용하는 약물은 정해져 있는가.

“그렇다. 우리나라에서는 두 가지 종류를 허가받았다. 모르핀과 강직 환자에게 쓰는 바클로펜이라는 약이다. 약물 주입 펌프는 적은 용량으로도 충분히 원하는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직접적으로 척수강 안으로 약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 약이나 사용할 수 없다.”



―사용할 수 있는 환자가 따로 정해져 있나.

“척수강 내 약물 주입 펌프를 삽입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일상생활을 하게 하려는 것이다. 먹는 약으로 통증이 조절되면 여행 등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그런데 먹는 약으로 통증 조절이 안 되면 입원해 혈관으로 약을 투여한다. 먹는 약보다 통증 조절에는 더 빠르고 효과적이지만 주사를 달고 일상생활을 할 수는 없다. 척수강 내 약물 주입 펌프를 몸에 넣으면 훨씬 적은 용량으로 병원에 있을 필요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다. 돌아가실 때까지라도 활동도 좀 하면서 통증을 조절하며 지낼 수 있다는 것은 삶의 질, 존엄을 지키는 데 의미가 크다. 우리나라에는 안타깝게도 기대 여명이 1년 이상으로 남아 있는 경우만 보험이 적용된다. 예를 들어 여명이 6개월 이내로 판단되는 환자는 통증으로 일상생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호스피스 병원에서 여생을 보내라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기대 여명에 대한 보험 급여 기준이 확대되길 바란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