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레이션 김충민 기자 kcm0514@donga.com
돈을 조금 덜 벌더라도 일에서 행복감이나 의미를 더 찾을 수 있다면 나는 어떤 결정을 할까? 다소 힘들더라도 일로부터 의미를 찾고, 행복감을 느끼는지 물어본다면 사치스러운 질문일까?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임금이 줄어도 행복하다는 흥미로운 사례가 최근 있었다. 세브란스병원이 간호사 중 신청을 받아 주 4일제 근무를 하되 임금을 10% 삭감하는 시도를 했고, 중간 점검 결과가 발표된 것이다. “자주 일을 그만두고 싶다고 느낀다” “내일 출근하기 싫다” 등 번아웃 관련 반응은 대폭 줄었고 행복도와 일+과 삶의 균형은 대폭 올랐다. ‘의료 안전사고 위험성’은 줄고, ‘이용자 친절도’는 증가하고 있다고 나왔다.
그 이유가 궁금했던 나는 자료를 찾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왜 행복하게 일하는지 알 수 있었다. 예약하기 힘든 이 식당은 돈을 더 벌 수 있어도 일주일에 금·토·일요일 딱 3일만 문을 연다. 그나마 개장날에도 점심 2시간, 저녁 3시간 반, 총 5시간 반만 문을 연다. 3일은 쉬고, 하루는 문 닫고 준비작업을 한다. 당장 올릴 수 있는 매출보다 자신들이 하는 요리와 서비스라는 일과의 관계를 건강하게 가져가는 것에 신경 쓰고 있었다. 이 식당은 좌석이 36개로 단출하며 이를 더 늘릴 생각도 없다고 한다. 이곳의 또 다른 특징은 직원 대다수가 셰프라는 점이다. 모든 고객에게 셰프가 직접 서빙을 하고, 설명을 하고, 계산도 한다. 전문가들이 모여 일하는 조직이라는 점도 다르다.
간호사와 마찬가지로 셰프는 노동량이 많은 직종이다. 트레버 모런은 식당이 일주일에 6일 동안 그것도 오랜 시간 일해야 한다는 것은 과거의 개념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몇 주 동안 식당문을 닫고 음식 탐구를 위한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일주일에 3일 쉬는 이곳의 직원들은 더 많은 아이디어들을 내놓는다. 그래서 이 식당은 계속해서 창의적인 메뉴를 내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심지어 식당에서 일하는 것이 취미처럼 재미있다고 한 직원은 말했다.
위의 사례들이 말하는 것이 무엇일까? 첫째, 단지 많이 쉬어야 한다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많이 쉰다고 더 동기가 부여되고, 일을 좋아하게 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사명감을 갖고 좋아해서 하는 일도 업무량이 지나치면 행복감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둘째, 의미를 느끼고 좋아할 수 있는 일을 적정한 강도로 할 때 더 오래 일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로커스트는 좋아하는 일을 창의적으로 오래 하기 위한 업무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 가고 있었다. 세브란스병원의 주 4일제 실험은 사명감을 갖고 시작한 간호사 일을 더 잘하고 더 오래 지속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김호 더랩에이치 대표·조직 커뮤니케이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