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진 패션칼럼니스트·번역가
이 둘을 합친 것이 바로 ‘블로케트’ 패션이다. 케트는 코케트(coquette)라는 단어에서 왔는데 ‘요부’라는 뜻이다. 블로케트 패션은 흔히 사람들이 생각하는 여성적 패션과 남성적 패션을 합친 패션이다. 축구 유니폼에 레이스 스커트를 입고, 운동복인 트랙톱에 리본을 장식하는 식이다.
패션은 오랫동안 남성복, 여성복을 중심으로 각자 다른 세계를 만들어 왔다. 하지만 당연한 듯 보였던 이런 분류는 복잡한 현대 사회 속에서 전통적인 성 역할을 고정시키고 성 다양성을 포섭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드러냈다. 그리고 이 둘을 합칠 방법을 고민하면서 젠더리스나 유니섹스 패션이 나왔다. 하지만 이런 패션은 대부분 기존의 캐주얼한 남성복 영역 안에 여성을 집어넣으려는 경향을 보였고 이런 결과로 여성복의 역사가 지워지는 문제가 있다. 발레코어나 바비코어 같은 페미닌한 트렌드가 대두되는 건 이런 흐름 속에 나온 반동이라 볼 수 있다.
반대 해석도 있다. 해리 스타일스나 샘 스미스같이 여성 스타일을 즐겨 입는 사람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남성에게 여성복을 입게 하는 건 사회적으로 훨씬 어렵다. 하지만 미니 핸드백이나 진주 목걸이 같은 기존의 여성 아이템을 남성이 착용하게 함으로써 여성의 패션이 남성 패션 안으로 진출했다는 해석이다. 아직 남녀 서로 입어 보지 못한 각자의 패션 영역이 많이 남아 있다. 과연 앞으로 또 어떤 패션을 이용한 새로운 통합 룩이 나올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