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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에도 좌절 않던 재일동포의 역사 재조명

입력 | 2023-10-25 03:00:00

인천 한국이민사박물관서 특별전
사진-영상 등 5부로 나눠 구성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건너간
조선인의 고군분투 엿볼 수 있어



인천 중구 한국이민사박물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재일동포와 관련된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이 전시회는 12월 3일까지 열린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2008년 인천 중구 월미도에 문을 연 한국이민사박물관에 가면 특별한 전시회를 만날 수 있다. 일본에 사는 82만여 명에 이르는 재일동포의 역사와 삶을 조명하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것.

‘역경을 딛고 우뚝 선 조선인, 자이니치, 다시 재일동포’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특별전은 일제의 식민지 지배에서 비롯된 재일동포의 궤적을 다룬다. 일제강점기 가난을 피해 일본 열도로 건너가 ‘힘들고, 어렵고, 위험한’ 삶을 살아내야 했던 조선인들의 삶을 풀어낸다. 광복 후에도 일본에 남은 조선인이 온갖 차별을 견뎌내면서도 스스로 ‘자이니치(在日)’라고 부르며 일본 사회에 자리매김한 역사를 녹여냈다. 생존을 위해 고군분투하면서도 모국에 무한한 사랑을 보냈던 재일동포의 현주소를 확인할 수 있다.

5부로 나눠 구성된 특별전의 1부는 프롤로그다. 재일한인역사자료관이 기증한 재일동포 3대 이상의 가족사진을 보여주는 ‘가족의 초상’을 전시한다. 2부는 ‘식민지 조선인에서 내지의 선인으로’가 주제로 일제강점기 재일동포의 역사를 살펴본다. 가난을 피해 일자리를 찾아 일본으로 건너갔지만 식민지의 최하층 노동자 대우를 받았던 이들이 대도시를 중심으로 일본 전역에 흩어져 정착하게 된 역사적 사실과 만나게 된다. 관동대지진 코너에서는 재일동포 역사학자 고 강덕상 선생이 평생 수집했던 간토대지진 관련 자료들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전시된다.

3부의 주제는 ‘조선인에서 자이니치로’다. 조국의 광복 이후에도 일본에 남아 ‘자이니치 코리안’으로 살아왔던 재일동포에 대한 일본의 제도적 차별과 이를 극복해 온 역사를 들춰낸다. 특히 재일한인역사자료관이 소장하고 있는 외국인등록제와 지문 날인 거부운동 관련 자료들이 전시돼 역동적인 재일동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광복을 맞아 재일동포들이 만든 태극기도 전시된다.

‘재일동포, 열도에서 우뚝 서다’가 4부의 주제다. 일본의 온갖 차별과 어려운 삶 속에서도 모국을 도운 재일동포의 공헌상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 재일동포들의 인터뷰 영상이 전시된다.

5부는 에필로그로 재일동포들이 역경을 극복하며 보여준 조국에 대한 사랑을 기억하기 위해 마련한 특별전의 의미를 설명한다. 오전 11시, 오후 2시, 3시 반에 입장하면 문화관광해설사의 해설을 들으며 관람할 수 있다.

한국이민사박물관 관계자는 “일본의 차별과 싸우면서도 모국을 위해 공헌해온 재일동포의 역사와 삶을 공감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박물관은 1902년 12월 22일 인천 제물포항에서 떠난 조선인 102명이 이듬해 1월 13일 하와이에 도착하며 시작된 한국의 이민사를 기억하고 보존하기 위해 문을 열었다.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연면적 4127m²)로 해외 동포들로부터 기증받거나 구입한 이민사 관련 유물 4400여 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 중 150여 점을 상설전시실에서 볼 수 있다.



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