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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잘 안보이고 어지럽고 말 어눌해지면…‘이 병’ 경고등

입력 | 2023-10-25 09:25:00


최진욱 아주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아주대학교병원 제공

매년 10월 29일은 세계뇌졸중기구가 지정한 ‘세계 뇌졸중의 날’이다. 일교차가 크고 날씨가 쌀쌀해지는 10월부터는 뇌졸중 발생 위험이 높다. 뇌졸중은 뇌경색과 뇌출혈로 나뉜다. 경동맥이 좁아지고 딱딱해져, 혈액이 흐르지 못하는 ‘경동맥 협착증’은 뇌경색의 주요 원인이다.

혈관은 절반 이상 막힌 상황에서도 환자가 자각할 증상이 거의 없다고 알려져 경동맥 협착증의 조기 진단에 어려움을 겪는다.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흡연 등 위험 요인이 있다면 경동맥 초음파 같은 정기 검진으로 발견해야 한다.

협착이 70% 이상 진행됐으면 수술이나 대퇴(허벅지)동맥에 구멍을 뚫고 관을 삽입해 경동맥 협착증이 있는 부위에 스텐트를 펼쳐 혈관을 넓혀주는 경동맥 스텐트 삽입술 등의 시술을 할 수 있다.

최진욱 아주대학교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스텐트 삽입술이 수술에 비해 회복이 빠르고 통증은 적어 환자의 부담을 덜 수 있다며 “적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위험 요인이 있다면 40대부터 경동맥 초음파 검사를 받아보라”고 예방을 권했다.

경동맥 스텐트 삽입술

◇40대 경동맥 협착증 수술 환자 늘어 60대 절정

경동맥은 심장에서 나온 혈액을 뇌로 보내 뇌가 원활히 기능할 수 있도록 에너지를 공급하는 혈관이다. 이런 경동맥이 갑자기 막히거나 좁아지고 딱딱해져 혈류 저하가 발생하는 질환이 경동맥 협착증이다. 뇌세포 손상으로 이어지는 뇌경색과 연관된다.

국내 환자는 2016년 6만2000명에서 2020년 10만명으로 급속히 늘어났고 연평균 증가율이 12.7%에 달한다. 40대에 심각한 경동맥 협착증으로 수술받는 환자가 급증해 60대에 절정에 이른다고 최진욱 교수는 전했다.

경동맥 협착증의 흔한 원인은 ‘죽상 동맥경화’다. 동맥경화가 심하게 좁지 않더라도 갑작스럽게 혈전이 커져 좁은 혈관을 막을 수 있다. 동맥경화의 좁은 부위를 경화반이라고 하며 이게 불안정해 파열되면 갑작스럽게 혈전이 생겨 혈관을 막는 현상이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경동맥이 60% 이상 좁아진 경우 5년 내 뇌경색 발생률이 10% 전후, 최근 뇌경색 증상이 있었던 환자 중 경동맥이 70% 이상 좁아진 경우 약물요법을 해도 2년 내 뇌졸중 재발률이 26%에 달한다.

최 교수는 “뇌는 4개의 혈관(2개의 경동맥, 2개의 척추동맥)을 통해 혈액을 공급받는데 해당 혈관이 좁아지면 혈류가 줄어들어 뇌졸중을 일으키고, 좁아진 혈관에서 혈전이 생기면 뇌혈관을 막아 뇌경색을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경동맥은 절반 이상 좁아도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만약 나타난다면 일시적인 시력 소실, 어지럼증, 한쪽 팔다리 마비, 언어 장애 같은 안구 혹은 신경 증상이다. 증상이 몇 분 안에 혹은 몇 시간 안에 저절로 소실되는 일과성 허혈 발작도 경험할 수 있다.

최 교수는 증상을 경험할 정도면 심각한 수준이라며 “경동맥 협착증은 굉장히 발생 빈도가 높다. 성인 기준 발생률은 5~6%인데 위험성에 비해 많은 사람이 인지하지 못한 채 살고 있다. ‘무증상 협착증’이라고 부르지만 미리 발견하는 게 가장 좋다”고 당부했다.

◇하루 입원만으로 치료…뇌혈관 중재술로 ‘스텐트 삽입술’ 주목

경동맥 협착증은 경동맥 초음파로 진단할 수 있으며 필요한 경우 CT(컴퓨터 단층촬영), 경동맥 도플러 검사, 자기공명 촬영(MRI)을 이용한 경동맥 조영술로 확인한다. 협착이 심하거나 뇌허혈증상이 있으면 예방 차원에서 경동맥 확장술을 해 뇌경색을 예방한다.

치료 방법으로는 항혈소판제제와 같은 약물을 투여하는 방법과 혈관 수술로 혈관 내벽의 죽상경화반(기름 찌꺼기가 뭉친 것)을 제거(경동맥 내막절제술)하거나 혈관 우회로를 만드는 방법이 있다.

최근에는 뇌혈관 중재술(뇌혈관 등에 발생한 질병을 치료하는 시술)이 발달해 그중 ‘경동맥 스텐트 삽입술’을 활용한다. 그는 “삽입술 기구들과 약의 발달로 치료 경험이 쌓이며 스텐트 삽입술 효과가 점차 좋아졌다. 시술과 수술은 상호 보완적”이라고 말했다.

대퇴(허벅지)동맥에 구멍을 뚫고 관(와이어)을 삽입해 경동맥 협착증이 있는 부위까지 스텐트라는 금속 그물망을 펼쳐 좁아진 혈관을 넓혀주는 시술인 경동맥 스텐트 삽입술은 머리 쪽으로 너무 높게 위치해 수술 등이 불가능한 환자 등을 대상으로 유용하다.

국소마취와 약간의 안정제 투여로 시술을 할 수 있어 신경학적 변화를 관찰할 수 있고 경부(목) 조직에 물리적 손상을 주지 않기 때문에 뇌신경 손상, 감염 등의 위험이 없다. 또 회복 시간이 빠르고 대부분 하루 정도 입원하는 것으로 치료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스텐트 삽입술은 협착 정도와 증상 유무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을 수 있다. 스텐트 삽입술이 필요한 경동맥 협착증은 4대 중증 질환인 뇌혈관질환에 해당해 환자는 요양 급여비의 5%만 부담하면 된다.

당뇨, 고혈압, 흡연 등 위험 요인이 있다면 반드시 조기 진단을 받으라고 강조한 최진욱 교수는 “갑자기 정신을 잃거나, 눈이 잘 안 보이거나, 어지럽거나, 말이 잘 안 나온다면 경동맥 문제가 아닌가 생각하고 병원에 와야 한다.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수원=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