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에서 시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초박빙 승부를 벌이고 있는 미국 대통령 선거 중계방송을 보고 있다. 2020.11.4/뉴스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친이스라엘 행보가 아랍계 미국 유권자들의 심기를 거스르고 있다. 특히 그가 가자지구 내 인도주의적 휴전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2024년 재선 도전 시 아랍계 표심을 놓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10여명의 아랍계 미국인 학자와 활동가, 지역 사회 구성원과 공무원 등을 인터뷰한 결과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미국 내 아랍 사회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으로 무수한 팔레스타인인이 목숨을 잃었는데도 인도주의적 휴전을 추진하지 않았다는 게 공분을 샀다.
미국에서 아랍계 유권자들의 숫자는 적지 않다. 경합주로 분류되는 미시간주는 아랍계 미국인의 비율이 5%다. 다른 격전지인 펜실베이니아주와 오하이오주도 각각 아랍계 인구 비율이 1.7%와 2%로 알려졌다.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미시간에서 50.6%의 득표율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47.8%)을 가까스로 꺾었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도 50.01%의 득표율로 트럼프 전 대통령(48.84%)을 근소하게 제쳤다. 득표차는 8만1000표 미만이었다.
◇바이든 싫다고 트럼프 뽑진 않아…“선거 불참할 듯”
2024년 대선은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대결 무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일각에서는 일부 아랍계 유권자들이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가자지구 출신 작가이자 사회 운동가인 라일라 엘하드는 로이터 인터뷰에서 “나는 바이든 대통령이 미시간을 잃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랍계 미국인들은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비난하면서도 이스라엘의 대응이 불균형적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을 규탄하지 않은 것도 그의 “인권 중심” 외교 정책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스라엘에 대한 140억달러(약 19조원) 규모의 원조를 추진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이런 가운데 백악관도 아랍계 유권자들의 비판을 인지하고 대응에 나섰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존 파이너 부보좌관은 지난 13일 아랍계와 이슬람계 미국인 지도자들을 만났고, 백악관 관리들은 지난 10일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청년 30명을 초청해 이야기를 들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또한 지난 23일 팔레스타인계와 아랍계 미국인 공동체 지도자들과 유대계 미국인 단체들을 만나 대화했다.
하지만 이들의 분노가 풀릴지는 미지수다. 미국 내 최대 이슬람 시민권 단체인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는 미국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적극적으로 막아서야 한다고 촉구한다.
CAIR는 “이스라엘의 가자 폭격은 팔레스타인인 전체를 대상으로 한 대량학살의 영역에 있다”며 “(미국) 정부 관리들이 개입하지 않으면 가자지구 내 인종 청소에 가담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