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1년] 생존자, 유족, 봉사자 그리고 경찰 4인이 말하는 핼러윈 참사후 1년
이태원 핼러윈 참사 생존자 김초롱 씨. 김 씨는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책 ‘제가 참사 생존자인가요’를 출간했다. 본인 제공
“텅 빈 이태원을 보고싶지 않아요. 그곳에서 일하거나 살고 있는 분들의 일상이 다른 의미에서 무너지는 거잖아요.”
지난해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해밀톤호텔 서쪽 골목길에서 인파에 갇혔다가 간신히 목숨을 건진 김초롱 씨(33)는 “이번 핼러윈 때 이태원이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김 씨는 인터뷰 내내 “일상이 무너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표현을 반복했다. 하루를 온전히 보내는 것조차 힘들었던 자신의 경험을 남들은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때문이라고 했다. 김 씨는 “서로가 서로에게 힘이 되면 좋겠다. 저 역시 타인의 일상을 지켜주고 싶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참사 1주기를 맞아 생존자와 유가족, 추모 공간 자원봉사자, 당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희생자를 추모하고 기억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는 사회 되길”
김 씨는 참사 당시 인파에 떠밀려 숨 쉬기조차 힘든 상황에서 식당 사장의 배려로 간신히 대피할 수 있었다. 그는 “숨진 희생자들에게 한동안 죄책감을 느끼면서 우울감에 시달렸다. 그런데 저만 힘들어 하는 게 아니더라”며 “비슷한 아픔을 겪은 이들과 연대하면서 버틸 수 있었다”고 했다. 또 “내년에는 다시 이태원 핼러윈 축제에 가고 싶다”고 했다.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신애진 씨(사망 당시 25세). 신 씨의 어머니 김남희 씨는 “환하게 웃는 딸을 기억해 달라”며 대학 졸업사진을 제공했다. 유족 제공
그는 애진 씨 없는 삶이 여전히 막막하다고 털어놨다. 딸이 떠난 후에야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기적 같은 일이었는지 알게 됐다고도 했다. 딸과의 추억을 더듬기 위해 함께 여행 갔던 태국 치앙마이와 일본 교토를 찾기도 했다. 김 씨는 “1년 동안 경험한 일들이 너무 힘들었다”며 “뼈아픈 교훈을 얻었으니 그만큼 더 안전한 사회, 타인의 아픔을 더 공감해 주는 사회가 되면 좋겠다”고 했다.
●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이태원 됐으면”
자원봉사자 선우상욱 씨. 선우 씨는 매일 참사 현장을 찾아 추모의 벽을 정리하고 있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선우 씨는 “피해자 중 가족이나 지인은 없다”면서 “기성세대로서 부채감을 느껴 매일 참사 현장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또 “참사 당시 어른들이 아무것도 못 해줬다는 생각에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선우 씨는 또 “누구도 숨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생존자와 유족이 언제라도 이태원에 다시 와서 하고 싶었던 얘기를 나누며 온전히 추모하고 거리를 걷다 갈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참사 현장에 출동한 경찰 A 씨. A 씨는 올해 다른 파출소로 옮겨 근무하고 있다. 이한결 기자 always@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
최유리 경인교육대 초등교육과 졸업
김영우 서울대 언론정보학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