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총선앞 현역 평가방식 바꿔 의원들 페북-유튜브 등 중복 게재 “감점 피하려 자극적 발언 남발 경향 입법-정책활동 뒷전 밀릴 우려도”
더불어민주당 A 의원실은 최근 A 의원 명의로 운영 중인 페이스북과 트위터, 블로그 등에 지난 3년 4개월간 올렸던 게시글 수를 일일이 셌다. 내년 4월 총선 공천을 앞두고 당에서 공지한 21대 국회의원 평가제도상의 ‘디지털, 언론 소통실적 평가’에 “의원 임기 시작 후 40개월 동안 올린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유튜브 등의 게시물이 1000건 이상이어야 만점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이 신설됐기 때문.
A 의원실뿐 아니라 다른 민주당 의원실도 1000건 이상 게시글을 올렸는지 확인하는 데 비상이 걸렸다. A 의원실 보좌진은 “취합해 보니 똑같은 내용의 글을 SNS 채널별로 반복해서 올린 글이 다수였다”며 “이런 걸 합쳐서 개수로 평가받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솔직히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당내에선 이 같은 평가 기준이 SNS와 유튜브 기반의 ‘강성 정치’를 조장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페이스북, 유튜브 등 1000건이 만점
2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최근 내부에 공지한 21대 현역 의원 평가에 “디지털 소통실적은 디지털·언론 소통실적으로 확대 반영했으며, SNS 게시글 수와 언론 출연 횟수를 기반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임기 시작일인 2020년 5월 30일부터 올해 9월 30일까지 총 40개월 동안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네이버 블로그, 유튜브 등에 올린 게시글이 모두 합쳐 1000건 이상일 경우 만점을 받을 수 있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공지했던 20대 현역 의원 평가에는 ‘트위터, 페이스북, 블로그, 유튜브 등 공개형 사회관계망을 매개로 한 소통실적’이라고만 돼 있고, 별도 글 개수 제한은 없었다.
● “지지층만 바라보는 강성 정치 부추겨”
당내에선 이 같은 평가기준이 결국 SNS상의 여론에 지나치게 휘둘리는 강성 정치를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온라인에서 주로 활동하는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는 자극적인 메시지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는 “정치인들이 숙의 없이 SNS를 통해 순간의 감정이나 생각을 손쉽게 표현하고, 지지층들이 즉각적으로 보내는 반응에 자극을 받아 다시 글을 올리는 상황이 반복되는 상황”이라며 “강성 지지층의 댓글이 많이 달릴수록 자신이 잘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쉽다”고 지적했다.
실제 민주당 B 의원의 경우 9월 한 달 동안 SNS에 총 29건의 게시물을 올렸는데 명절 인사와 후원금 독려 등의 메시지를 담은 세 건을 제외하면 나머지가 모두 정부와 검찰을 향한 비판 및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부결을 지지하는 글이었다. 자신의 지역구 또는 상임위 관련 정책 내용은 없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SNS 메시지를 개수까지 정해서 점수를 매기면 자연스레 의원들에게 가이드라인이 생긴다”며 “온라인에서 지지층을 향해 강성 발언들을 쏟아내는 사람들이 평가에서 유리하다는 인식을 갖게 될 수 있다”고 했다.
한 초선 의원실 관계자도 “제대로 된 정책이나 입법자료를 고민해 만드는 것보다 솔직히 SNS에 글을 쓰는 걸로 인기를 얻는 것이 훨씬 더 쉬운 건 누구나 알지 않나”라며 “단순히 개수로 평가하게 되면 이런 문제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윤명진 기자 mjl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