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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이스라엘, 가자 지상군 진입 연기하기로 美와 합의”

입력 | 2023-10-26 08:47:00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을 잠시 연기해달라는 미국 측의 요구를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맞물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 확대, 인질 석방 등을 위해 외교적 노력을 할 계획으로 전해진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국방부가 미군 보호를 위해 이 지역에 방공망을 배치할 수 있도록 가자지구 침공을 연기해 달라는 미국의 요청에 동의했다고 이스라엘과 미국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미국이 미군을 보호하기 위해 방공 시스템, 전투기 등 기타 군사 자산을 배치할 시간을 벌도록 이스라엘에 가자지구 침공을 며칠 간 연기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는 하마스의 공격으로부터 미군을 보호하기 위해 이라크, 요르단,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아랍에미리트(UAE)에 주둔하는 미군을 포함해 이 지역에 약 12개의 방공 시스템을 배치하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미 국방부의 지난 6월 발표에 따르면 중동 전역에는 미군 3만여 명이 주둔하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 관리들은 이르면 이번 주 후반까지 방공 시스템이 전개될 때까지 이스라엘에 지상군을 투입하는 것을 보류하도록 설득했다고 WSJ는 부연했다.

미국이 방공 시스템 추가 배치를 결정한 데는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등 친(親)이란 세력의 공격 확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국 관리들은 WSJ에 “미군에 대한 위협은 가장 큰 우려 사항”이라며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이 시작되면, 이란이 지원하는 다양한 무장 세력에 의해 미군이 더 큰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미군은 이미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이란의 지원을 받는 민병대의 로켓·드론 공격을 받고 있고, 홍해의 USS 카니 구축함은 예멘 후티 반군이 발사한 것으로 추정되는 순항 미사일과 드론을 요격하기도 했다.

헤즈볼라 역시 하마스가 이스라엘 공습을 강행한 지난 7일부터 이스라엘과 산발적인 총격전을 벌였다.

미 국방부는 지난 24일 브리핑에서 “지난 10월17일부터 24일까지 이라크에서 미군과 연합군은 최소 10차례, 시리아에서는 최소 3차례 개별적인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전직 국방부 관리이자 은퇴한 미 중앙정보국(CIA) 장교인 믹 멀로이는 NYT에 “시리아와 이라크, 특히 시리아에 있는 우리 기지가 드론 공격을 받아 현재 그곳에 있는 방어 시설을 압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입장 외에도 가자지구에 대한 연료 공급과 인도주의적 지원 확대, 억류된 인질 구출을 위한 외교적 노력 등도 고려하고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이처럼 이스라엘의 셈법이 복잡해진 상황에서 이스라엘 내부에서도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을 두고 여러 의견이 오고 간 것으로 전해진다.

WSJ는 “이스라엘 관리들은 가자지구에 군대를 보낼 시기를 두고 이스라엘 내에서 논쟁이 매우 유동적이라고 말했다”며 “이런 논의를 뒤로 하고 일단 현재로서는 미국의 공격 연기 요청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미국 관리들은 이스라엘 측과 긴밀한 접촉을 유지하며 군사적 조언을 제공하고, 정보를 제공해 왔다. 이스라엘 관계자는 “우리는 매우 전략적이고 세부적인 수준에서 미국과 협력하고 있으며, 이를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 같은 군사 원조 외에도 이슬람국가(IS) 등과의 전투 경험이 있는 장군 3명을 이스라엘에 파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상대로 전쟁을 시작하면 미군도 이스라엘군에 합류할 것임을 시사했다고 미국 관리들은 전하기도 했다. 미국 측에서는 전선 확대를 억제하기 위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미국은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한 지 하루 만인 지난 8일 이탈리아에 있던 핵추진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호를 이스라엘과 가장 가까운 지중해 동부 해상으로 전진 배치한 데 이어 또 다른 핵추진 항모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호를 이곳으로 이동시켰다.

또 지난 21일에는 사드를 배치하고 패트리어트 대대를 추가로 배치하며 미군이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