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동관음보살좌상. 문화재청 제공
왜구에게 약탈당한 고려시대 불상을 한국 절도범들이 다시 훔쳐 국내로 가져왔지만 불상의 소유권은 일본 사찰에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26일 대한불교조계종 부석사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낸 유체동산인도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사건의 불상은 한국인 절도범들이 2012년 10월 일본 대마도의 사찰 관음사(觀音寺)에서 훔쳐 국내로 들여온 높이 50.5㎝·무게 38.6㎏의 금동관음보살좌상이다. 이 불상은 1330년경 제작됐다가 고려 말 왜구가 약탈해 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충남 서산에 있는 부석사는 불상에서 발견된 ‘1330년경 서주(서산의 고려시대 명칭)에 있는 사찰에 봉안하려고 불상을 제작했다’는 결연문을 근거로 소유권을 주장했고, 2016년 한국 정부를 상대로 불상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정부는 부석사가 불상의 소유자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맞섰다. 피고 보조참가인 자격으로 소송에 참여한 관음사는 “1953년부터 불상을 도둑맞은 2012년까지 불상을 계속 점유하고 있었으므로 일본 민법에 따라 취득시효가 완성됐다”고 주장했다. 취득시효는 권리자가 아니더라도 일정 기간 점유가 이뤄지면 재산을 취득하게 되는 민법상의 제도를 말한다.
1심은 불상이 과거 왜구의 침입으로 비상식적 형태로 반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부석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은 1심 판결을 뒤집고 불상의 소유권이 일본 관음사에 있다고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서산 부석사가 고려시대 서주 부석사와 동일한 종교단체라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고, 불상이 불법 반출된 것이라고 하더라도 이미 취득시효가 완성돼 소유권이 넘어갔다고 판단했다.
김소영 동아닷컴 기자 sykim4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