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계속된 공습에 가자지구가 처참하게 무너졌다. 지난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큰 피해를 입은 이스라엘이지만, 사진과 영상을 통해 가자지구 내 민간인들의 참상이 조명되자 국제사회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라니아 알 압둘라 요르단 왕비는 24일(현지시간) CNN방송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폭격에 대한 서방의 이중잣대를 강하게 비판했다.
라니아 왕비는 “일가족을 총으로 쏴 죽이는 건 잘못됐고, 포탄을 떨어뜨려 죽이는 건 괜찮다는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5일자 기사에서 라니아 왕비의 인터뷰가 이번 사태를 보는 이스라엘과 중동 내 나머지 국가들의 시선이 극명하게 갈림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인들은 하마스의 기습 공격 이후 불안에 시달리고 있으나, 이스라엘 밖의 사람들은 상황을 다르게 보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하마스의 이번 공격을 “(맥락 없이) 공백 상태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다”라며 “팔레스타인 국민들은 56년 동안 숨막히는 점령을 당했다”고 말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쓴소리에 길라드 에르단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격분해 사퇴까지 촉구했다. 이 같은 감정적 반응은 이스라엘 정치권의 우파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야당인 국가통합당을 이끄는 베니 간츠 전 국방장관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유엔 사무총장이 테러를 묵인하다니 참 어두운 날”이라며 한탄했다.
튀르키예(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올해 말로 예정된 이스라엘 방문을 취소하며 “어린이들을 죽이는 걸 용납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 튀르키예는 이스라엘과의 에너지 협력 계획도 중단했다.
또다른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의 안와르 이브라힘 총리는 가자지구의 사건이 쉽게 해결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무슬림 지도자는 없다며 “이스라엘은 미국과 유럽의 지원으로 너무 오만해졌다”고 비판했다.
안와르 총리는 “사람들을 도살하고, 아기를 죽이고, 병원을 폭격하고, 학교를 파괴하는 건 광기의 수준이며 야만의 극치”라고 발언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새로운 이슬람국가(IS)라고 지칭하는 것도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나 카티브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SOAS) 중동연구소장은 “하마스를 새로운 IS라고 표현하는 건 분석적으로 부정확할뿐 아니라 가자지구 모든 주민들을 취약한 목표물로 만들 위험이 있다”며 “아랍인들과 무슬림들은 이 단순하고 위험한 묘사를 거부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 분쟁이 2주를 넘어서면서 가자지구에서는 6546명, 이스라엘에서는 1400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이처럼 희생자가 속출하자 인도주의적 휴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으나,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휴전이 하마스에 이득이 될 수 있다며 인도주의적 ‘일시 중단’을 주장하는 상태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