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뉴시스
글로벌 금융시장이 미국발 금리 공포에 휩싸였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 주가가 9.51% 폭락하며 하루 216조 원 시총이 증발하는 등 미 증시와 채권시장이 급락하고 달러가치는 상승하며 외환시장이 흔들렸다. 시장 공포의 핵심 원인은 장기 국채금리 급등이다. 미 ‘나홀로 성장’과 지정학적 갈등, 재정적자 확대가 금리를 오랫동안 끌어올릴 것이란 전망이 시장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1.43% 하락해 심리적 저항선인 4200선 밑으로 떨어진 4186.77로 장을 마쳤다.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2.43%하락해 2월 이후 하루 최대 낙폭을 보였다. 이에 따라 26일 코스피와 일본 닛케이지수가 각각 2% 안팎으로 떨어지는 등 아시아 시장도 하락하고 있다.
무엇보다 금리에 민감한 테크 기업 실적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더해진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이 5.58% 하락했을 뿐 아니라 엔비디아가 4.31% 하락하는 등 반도체 주가도 흔들렸다. 이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4.31% 떨어졌다. 애플(-1.35%)과 테슬라(-1.89%)도 하락세를 보였다.
달러가치도 상승해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 달러 환율은 다시 150엔 선을 돌파하며 달러 대비 엔화가치가 1년 여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주요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도 전장보다 0.24% 오른 106.53으로 뛰었다.
금융시장에 발작을 일으키는 요인은 미 장기 국채 금리다. 월요일인 22일 장중 5%를 돌파했던 미 국채금리는 4.8%선까지 후퇴했다 이날 다시 0.12%포인트 오른 4.96%까지 올라 5%에 근접했다.
미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금리가 23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는데도 지난달 신규 주택 판매가 시장 전망치를 상회해 미 경제 강세를 뒷받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 주택판매 건수는 75만9000건(계절조정 연율기준)으로 8월의 67만6000건보다 증가했으며 경제학자들이 예상한 68만 건보다 훨씬 많은 수치를 기록한 것이 영향을 줬다.
전날 사우디아라비아서 열린 미래투자이니셔티브에서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과 래리 핑크 블랙록 최고경영자(CEO)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부지출 확대와 재정적자가 미 수요를 자극하고 인플레이션 상승 압박을 주고 있다며 강력한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다이먼 회장은 “연준의 18개월 전 경제 예측은 100% 틀렸다. 재정 지출은 그 어느 때보다 많으며, 중앙은행과 정부가 이 모든 것을 관리할 수 있다는 전지전능한 느낌이 있다“며 정부와 연준의 위기관리 대응 능력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