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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인 7일 오후 9시경 금주구역으로 지정된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이 휑한 모습이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금주구역 지정을 일주일여 앞둔 6월 24일 밤 부산 수영구 민락수변공원은 술과 포장 음식을 즐기려는 이들로 붐비고 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7월 1일 금주공원으로 지정된 민락수변공원에 방문객의 발걸음이 뚝 끊기면서 인근 상가들이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상인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수영구에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비대위 소속 상인 50여 명은 25일 수영구청 등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락수변공원의 금주구역 지정을 해제해 줄 것을 촉구했다. 방수 앞치마 차림으로 거리에 나온 상인들은 민락수변공원 금주구역 지정이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졸속으로 이뤄졌다며 수영구를 질타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심정을 알아달라”며 삭발을 강행한 70 중반의 여성 상인도 있었다. 상인들은 “유동인구가 급감하면서 포장회 가게뿐 아니라 근처 노래방과 숙박업소 등도 매출이 감소하는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주민들 사이에도 상권 몰락으로 주변이 공동화되면 동네에 득이 될 것 없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 한다.
민락수변공원 상인들로 이뤄진 민락수변공원 비상대책위원회가 25일 오후 부산 수영구 국민의힘 부산시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변공원의 금주구역 지정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시민에게 ‘민락수변공원 금주구역 지정 이후가 더 낫나’라고 설문조사에서 묻자 79.5%가 ‘그렇지 않다’는 취지로 답했다. 사단법인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제공
설문에 비대위 등에 우호적인 상인과 주민이 상당수 응했더라도 수영구는 500명 넘는 이들의 평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민락수변공원이 삶터인 상인도 수영구가 보듬어야 할 주민이어서다. 민락수변공원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자 수영구는 지난달 트로트 가수의 콘서트를 벌였다. 북적이는 인파에 상인은 오랜만에 흥이 났지만, 공연 2시간 만에 집결한 인파가 썰물처럼 빠져나가자 되레 허탈감이 커졌다고 한다. 최근 비대위가 구청장실을 찾아 이런 상황을 하소연했음에도 “금주구역 지정은 번복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만 들었다고 한다. 수영구가 구의회에서 제정한 조례를 근거로 숙고 끝에 시행한 금주구역 지정을 상인들 의견대로 당장 철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문제 삼는 정책은 고쳐 시행하는 것이 마땅하다.
상인들에게 ‘금주구역 지정 지속 때도 점포를 운영하겠느냐’고 묻자 80.1%가 ‘그렇지 않다’는 취지로 응답했다. 사단법인 중소상공인살리기협회 제공
1년 365일, 24시간 내내 음주가 전면 금지되는 곳이 아닌 특정 시간에만 음주를 허용하는 장소로 조성하는 건 어떨까.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만 종전처럼 음주를 허용하고 나머지는 통제하는 ‘금주구역 시간제’를 시행하면 밤늦게 이어지는 고성방가와 음주사고 발생을 막을 수 있다. 이후 흩어진 인파는 근처 다른 상가로 유입돼 시너지를 기대할 수도 있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드론라이트쇼와 같은 ‘킬러콘텐츠’ 공연과 이벤트를 수변공원에서 정기적으로 시행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강성태 수영구청장은 지난해 지방선거 후 홈페이지 인사말에 “지역상권과 골목경제 활성화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남겼다. 약속이 공수표가 되지 않으려면 우선 상인과 주민이 참여해 민락수변공원의 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공청회부터 열어야 할 것이다.
부산=김화영 기자 r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