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TV+’ 월 구독료 9.99달러로 넷플릭스, 美-英 등서 인상 단행 유튜브 프리미엄도 예고없이 올려 “영향력 업고 기습 인상” 비판 나와
미국 빅테크(대형 첨단기술 기업)가 콘텐츠 플랫폼 서비스 구독료를 줄줄이 인상하고 나섰다. 콘텐츠 경쟁력을 무기로 전 세계 1억 명 안팎의 가입자를 우선 확보한 뒤 가격 인상을 통해 본격적인 수익 확대에 나서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애플은 25일(현지 시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애플TV 플러스’ 등 플랫폼 서비스 이용료 인상안을 발표했다. 애플은 미국 등 일부 시장에서 애플TV 플러스의 월 구독료를 이날부터 기존 6.99달러(약 9500원)에서 9.99달러로 높였다. 이번 인상 조치는 지난해 10월 애플TV 플러스의 구독료가 4.99달러에서 6.99달러로 오른 지 1년 만이다. 애플TV 플러스의 연간 구독료도 69달러에서 99달러로 올랐다.
애플의 구독형 영상 콘텐츠, 게임, 뉴스 서비스를 한데 묶은 서비스 ‘애플 원’의 구독료도 개인 요금제는 16.95달러에서 19.95달러로 높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집계에 따르면 애플과 넷플릭스 등이 운영하는 주요 콘텐츠 플랫폼 구독료는 최근 1년간 평균 약 25% 올랐다.
플랫폼을 운영하는 빅테크가 구독료 인상에 나서는 것은 콘텐츠 제작을 위한 투자 비용이 늘면서 수익성이 점차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다음 달 2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인데, 미국 현지에선 애플의 실적이 4개 분기 연속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넷플릭스의 경우 3분기 유료 구독자가 2억4715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했는데도 수익성 개선 필요성으로 인해 주요국의 구독료를 올렸다. WSJ는 “(플랫폼) 업체들은 (콘텐츠 투자로)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한 뒤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노력하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빅테크는 막대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이용자들에게 예고 없이 구독료를 기습 인상해 비판을 받기도 한다. 구글은 광고 없이 유튜브 영상을 볼 수 있는 유료 서비스(프리미엄)의 구독료 인상 내용을 별도로 공지하거나 발표하지 않고 가입 페이지를 통해서만 공개해 미국 정보기술(IT) 전문 매체들이 ‘조용한 인상’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유튜브 프리미엄의 미국 내 구독료는 7월 11.99달러에서 13.99달러로 올랐다.
빅테크는 조만간 한국에서도 구독료를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내 광고 없는 요금제의 월 구독료를 13.99달러로 기존보다 3달러 인상한 디즈니플러스는 한국에서의 월 이용료도 신규 가입자에 한해 다음 달 1일부터 4000원 오른 1만3900원을 적용하기로 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이용자를 확보한 빅테크가 가격 인상 레이스를 펼치면서 결국 이용자들의 부담이 커지게 됐다”고 말했다.
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