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창 경제부 차장
2024년은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내년 세수 부족을 걱정하는 말들이 들린다. 한 정부 관계자는 “내년에도 ‘세수 펑크’가 날 수밖에 없다”며 “지난해에 이례적으로 세수가 많았던 것”이라고 했다. 이미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의 세수 펑크가 확실해졌다. 정부는 지난달 세수 재추계 결과를 발표하면서 올해 국세 수입이 당초 예상보다 59조1000억 원 모자랄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실제로 걷힌 세금과 비교하면 올해 세수는 55조 원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예상보다 세금이 덜 걷히는 세수 펑크는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올 3분기(7∼9월)에도 대기업들의 실적은 부진하다. SK하이닉스는 3분기에 1조8000억 원에 달하는 적자를 냈고,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78% 감소했다. 전체 국세 수입의 약 20%를 차지하는 법인세는 전년도 기업들의 실적을 토대로 걷는다. 올해는 지난해와 달리 1년 내내 경기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내년 법인세는 올해만큼 걷히기도 쉽지 않다.
세수가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는 게 한 번에 끝나지 않았다는 점도 내년 세수 부족에 힘을 싣는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올 8월 세수 오차의 원인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예상치 못한 경기의 급변동이 세수 오차의 주된 요인”이라며 “경기 국면 전환 시 대규모 세수 오차가 발생하면 당해 연도뿐만 아니라 이후 2, 3년간 지속되는 특징을 보였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내년 예산을 짜며 전망한 내년 국세 수입은 367조4000억 원이다. 내년에 세금이 경제가 성장한 만큼만 더 걷힌다고 해도 20조 원 모자란다.
전국 이장과 통장에게 주는 수당을 10만 원씩 올려주는 데도 여야는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유의동 국힘 정책위의장은 24일 이장과 통장에게 지급하는 월 기본수당 기준액을 40만 원으로 인상해 달라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공식 요청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총선이 6개월도 안 남은 시점에 들고나온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장 수당 20만 원, 통장 수당 10만 원 인상’이 자신들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다며 “공약이 실현될 수 있게 책임을 다하겠다”고 받았다.
한 가정도 살림을 살 때 들어오는 돈이 줄면 씀씀이를 줄인다. 내년 정부의 총지출은 657조 원에 육박한다. 세수 펑크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들어오는 돈보다 나갈 돈이 더 많다. 정부는 그간 예산안이 국회 문턱을 넘을 수 있도록 ‘쪽지 예산’ 등을 국회 통과 비용으로 내왔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내년 성장률을 2.2%로 예상했는데 중국 경제, 중동 사태가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다시 원점에서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가 얼마나 많은 총선용 선심 예산을 국회 통과 비용으로 내며 씀씀이를 키울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