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2300포인트가 무너졌다 전영한 기자
지난해 국내 기업 10곳 중 4곳 이상은 1년간 번 돈으로 대출이자도 감당할 수 없는 ‘좀비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관련 통계가 시작된 이후 최고치다. 기업들의 부채비율과 빚 의존도 역시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랐다. 경기 침체의 골이 여전히 깊은 가운데 미국발 고금리 기조도 장기화되고 있어 살얼음판을 걷는 기업들이 많아졌다.
한국은행이 그제 내놓은 기업경영분석 자료를 보면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충당할 수 없는 기업의 비중이 42.3%로, 전년보다 1.8%포인트 올랐다. 기업 경영의 불안정성을 보여주는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는 2015년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았다. 고금리와 경기침체를 동시에 겪으면서 기업들의 성장성과 수익성도 나빠졌고, 업종 및 기업 간 양극화도 심해졌다.
수출과 내수가 동반 부진한 올해 들어 기업들은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업 매출액은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하반기 실적 전망치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지난달 말로 중소기업·소상공인 대상의 코로나19 대출 상환유예 조치가 만료되면서 기업들의 빚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기업들의 기초체력이 약해진 상태에서 자칫 빚더미 한계기업의 연쇄도산이 현실화될 경우 실물경기와 금융 시스템은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다. 부실 폭탄이 터지기 전에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일시적 자금난을 겪는 우량기업과 회생 가능성이 없는 부실기업을 가려내 과감하게 구조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달 15일 일몰로 효력을 상실한 기업구조조정촉진법도 재입법을 통해 부활시켜야 한다. 당장의 고통을 우려해 좀비기업을 방치하다가 한국 경제가 동반 위기에 몰리는 상황은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