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채금리-빅테크發 쇼크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주가가 우하향의 선을 그리고 있다. 미국 국채 금리 상승세 등의 여파로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2.71% 급락하고, 원-달러 환율은 10.3원 급등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26일 코스피가 10개월 만에 2,300 선이 무너지는 등 국내 증시가 급락했다. 이날 외환시장도 원-달러 환율이 10.3원 급등(원화 가치는 급락)하며 출렁였다. 미국 국채 금리의 거침없는 상승세와 구글 등 빅테크의 실적 부진 여파가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를 휩쓸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64.09포인트(2.71%) 내린 2,299.08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가 2,300 선이 깨진 것은 올 1월 6일 이후 10개월 만이다. 하락 폭도 작년 9월 26일(─3.02%) 이후 13개월 만에 가장 컸다. 코스닥도 743.85로 전날보다 26.99포인트(3.50%) 급락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가 2.14% 내리는 등 다른 아시아 국가 지수도 하락 마감했다. 앞서 25일(현지 시간) 미국 증시도 나스닥 지수가 2.43% 급락하는 등 약세를 면치 못했다.
글로벌 금융시장 공포의 핵심 원인은 미국 장기 국채금리 급등이다. 22일 장중 연 5%를 돌파한 미국 국채 금리는 4.8% 선으로 후퇴한 뒤 25일 다시 4.96%로 반등했다. 고금리 장기화와 점증하는 중동 위기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 특히 26일 발표된 3분기(7∼9월) 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속보치는 4.9%로 시장 전망치(4.7%)를 상회했다. 미국의 강한 성장세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정책을 뒷받침한다.
기업실적 악화-내수 침체… 외국인, 이달 2조 넘게 주식 순매도
코스피 2300 붕괴-환율 10.3원 급등
기업 체감 경기 8개월만에 최악
고금리-고물가 겹쳐 ‘3중 악재’
코스피 낙폭, 美은행사태 때보다 커… “한계기업 등 선별적 지원 고려를”
기업 체감 경기 8개월만에 최악
고금리-고물가 겹쳐 ‘3중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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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외국인투자가들의 투매는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상승과 중동 위기 등으로 글로벌 투자 심리가 위축된 영향으로 분석된다. 외국인투자가는 이달 들어 국내 증시에서 2조 원 넘게 주식을 순매도했다.
● 기업 경기 8개월 만에 최악
기업들은 4분기(10∼12월) 경기 전망도 어둡게 보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3곳 이상이 실적 전망을 제시한 상장사 242개의 4분기 매출 전망치는 614조5950억 원으로 한 달 전보다 1.12% 줄었다. 영업이익 전망치도 41조12억 원으로 2.13% 감소했다.
기업들의 실적 악화는 수출 감소 영향이 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한은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2분기(4∼6월) 수출은 1558억 달러(약 211조8101억 원)로 1년 전보다 12.0% 줄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수출 감소 폭(― 3.5%)의 3배가 넘는다.
● 소비자들 지갑 닫고, 기업 투자 줄여
글로벌 채권 금리의 기준점 역할을 하는 미국 국채 금리의 상승은 국내 시장 금리 상승으로 이어진다. 막대한 가계부채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상승은 빚 부담을 높여 가계 소비를 위축시킨다. 또 대출을 통해 사업자금을 확보하는 기업들의 투자를 저해한다.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미국 국채금리 상승이 국내 시장금리 인상과 연동되면서 국내 소비가 위축되고 있다”며 “기업도 투자를 줄이고 있는 상태로 경기 회복 시기는 계속 지연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고금리 장기화로 가계와 기업의 연체율이 높아지며 금융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8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43%로 전달보다 0.04%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20년 2월(0.43%) 이후 42개월 만에 최고치다. 기업 대출 연체율도 0.47%로 전달보다 0.06%포인트 높아졌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에서 전면적인 재정확대 정책을 쓰기는 어렵겠지만 취약 차주나 한계기업에 대한 선별적 지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소설희 기자 facth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