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시부야역 앞 광장에 ‘시부야는 핼러윈 이벤트장이 아닙니다’라는 일본어와 영어가 쓰여진 초대형 간판이 설치돼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27일 오후 일본 도쿄 시부야(渋谷)역 하치코 광장. 세계에서 관광객이 모이는 명소이자 젊은이들 만남의 장소로 유명한 이곳에 초대형 간판이 설치됐다. 시부야 한자 표기 첫 글자인 ‘떫을 삽(渋)’ 자 X 모양을 분홍색으로 크게 강조한 것이 눈에 띄었다.
거리 곳곳에서는 낮 시간인데도 경찰들이 순찰에 나섰다. 수시로 여기저기 골목을 다니는 경찰차가 요란한 사이렌을 울리고 있어 들뜬 분위기는커녕 긴장감이 감돌았다.
시부야역 인근 도로에서 순찰을 하고 있는 경찰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시부야는 일본 최대 ‘젊은이 거리’로 유명하다. 매년 10월 말이 되면 요란한 복장과 화장을 한 젊은이들이 거리 전체를 축제 분위기로 만들었다. 하지만 올해는 ‘아니다’ ‘안 된다’는 대형 간판과 현수막이 거리에 걸렸다. 지난해 서울 이태원 참사 이후 시부야의 긴장감은 한층 높아졌다. 핼러윈 인파가 몰리는 이곳에서 언제든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시부야는 핼러윈 이벤트장이 아닙니다’라는 현수막이 내걸린 도쿄 시부야 중심거리.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시부야구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와 유튜브에 핼러윈 기간 시부야역 인근 방문을 삼가 달라는 동영상을 일본어, 영어, 중국어로 만들어 올렸다. 하세베 겐(長谷部健) 시부야 구청장은 기자회견에서 “이태원 사고 같은 일이 시부야에서 일어나도 놀랍지 않을 것”이라며 “핼러윈이 목적이라면 시부야에 오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시부야역 인근에 핼러윈 이벤트 금지 안내문구가 걸려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