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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광주 북구 오치동 사거리 횡단보도 주변에는 각종 정당 현수막 여러 개가 붙어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이형주 기자
광주 A 구청 현수막(옥외광고물) 철거담당 공무원은 27일 정당 현수막 철거에 대한 불편한 심정을 이렇게 밝혔다. A 구청의 경우 현수막 철거를 담당하는 인력 8명 중 5명은 기간제 근로자나 공익근무요원인데 정당 현수막 철거작업에 관여하지 말라고 한다. 이유는 뭘까?
광주시와 5개 자치구는 12일부터 내년 1월 19일까지 100일 동안 옥외광고물 조례 개정에 따라 현수막 일제 정비작업을 벌이고 있다. 개정된 옥외광고물 조례는 정당 현수막은 행정 동별로 4개까지 지정 게시대에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또 교차로·횡단보도 인근 30m이내, 신호기·가로수 등에는 2m밑으로 설치해서는 안된다.
광주시와 5개 자치구는 12일부터 25일까지 2주일 동안 각종 현수막 1만159개를 철거했는데 정작 정당 현수막은 91개에 불과하다. 광주시와 5개 자치구는 12일 B 정당으로부터 “현수막을 계속 철거하면 재물손괴 혐의로 신고해 법적대응 할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받았다. B 정당은 상황을 주시하고 있지만 현수막 철거가 더 많아질 경우 법률대응을 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정치권은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160여일밖에 남지 않는 시점에서 현수막이 정치적 견해를 밝힐 수 있는 효과적 수단이라고 한다. C 정당 관계자는 “광주시의 개정 현수막 조례 취지에 공감한다. 정당 현수막과 관련해 옥외광고물법과 관련 조례가 조화롭게 정리되는 것이 좋은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의 압박에 구청 직원들은 불안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정당 현수막을 철거하다 재물손괴 혐의로 고소를 당할 수 도 있어 신분이 불안한 기간제 근로자나 공익근무요원에게 맡길 수 없다는 처지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광주 서구와 광산구 공무원은 정당 현수막을 철거했다고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광주시 관계자는 “정당 현수막을 철거하면서 설치가 줄어들고 원색적 비난 용어가 감소하는 등 긍정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일부에서 정당 현수막 철거에 법적 대응을 언급해 법률자문을 받는 등 대처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