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명계 “자객 출마” 반발에 李 “박이 친명인가”
민주당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박 최고위원과 이 정책위의장의 인선을 발표하면서 “충청 출신 박 최고위원과 호남 출신 이 정책위장의 인선은 지역 안배와 당내 통합을 위한 이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인사”라고 밝혔다.
당내에선 박 최고위원 임명에 “비명계를 찍어내겠다는 공개 선언 수준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원욱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 대표 하에 사라진 통합과 소통, 원칙과 공정을 기대했지만 역시나였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박 최고위원은 다음 총선 때 비명계 박영순 의원 지역구 출마를 공식화한 것으로 안다”며 “박 최고위원의 지명은 통합이 아니라 동지의 가슴에 비수를 들이대는 행위이자, 최소한의 인간적 도리도 저버리는 행위”라고 했다.
비명계는 박 최고위원의 임명설이 돌기 시작한 이달 중순부터 “당내 현역 의원이 있는 곳에서 최고위원을 뽑는다는 것은 누가 봐도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윤영찬 의원)이라며 임명을 공개 반대해왔다. 그런데도 이 대표가 인사를 강행한 것을 두고 더 반발하는 분위기다. 한 비명계 재선 의원은 “당내 반대에도 박 최고위원 임명을 강행한 건 말로만 ‘통합’을 외치면서 행동은 ‘비명계 죽이기’에 나서겠다는 선포”라고 지적했다. 충청 지역의 한 초선 의원도 “박 최고위원이 충청을 대표할 만한 인지도 높은 인물도 아닌데 굳이 논란이 될 만한 인사를 강행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친이낙연계로 분류되는 이개호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 출마로 사의를 표명한 김민석 전 정책위의장의 후임으로 임명된 것에 대해서도 “비명계 달래기용 구색 맞추기”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 대표는 당내 반발과 관련해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그분(박 최고위원)이 왜 비판의 대상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며 “그분이 친명인가. 잘 모르겠다”고 일축했다.
● 비명계 “우린 ‘비명’ 아닌 ‘혁신계’”
비명계는 이 대표가 ‘개딸(개혁의 딸)’ 등 강성 지지층의 비명계 의원들에 대한 공격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을 두고도 비판을 이어갔다.
이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몇 개월 전부터 이 대표에게 ‘개딸들과 단절해야 한다. 재명이네 마을 이장직을 사퇴하라’고 했지만 지금까지도 안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개딸 공격에 대한 조치를) 안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저희는 비명계가 아니라 혁신계”라며 “이 대표가 민주당을 제대로 혁신해 준다면 얼마든지 협조할 생각이 있다”고 덧붙였다.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김은지 기자 eunj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