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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과감함보다는 내부적 혁신에 주력, 아이폰 15 프로 맥스

입력 | 2023-10-27 17:40:00


아이폰 12 이후 지금까지 출시된 아이폰들은 디자인 정체성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실질적인 성능과 더 높은 완성도를 추구하는 데 초점을 잡고 있다. 아이폰 12 프로와 15 프로는 외형이나 운영체제, 활용도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지만, 프로세서나 카메라 성능, 디스플레이, 외부 인터페이스 등 내재적인 완성도에서는 격차가 상당하다. 명품 브랜드들이 흔히 ‘헤리티지’나 ‘디자인 레거시’ 등을 유지하는 것처럼, 애플 역시 하나의 완성된 디자인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술과 품질을 높이는 데 주력하는 것 같다.

애플 아이폰 15 프로 맥스 1TB 모델을 리뷰했다 / 출처=IT동아


하지만 직설적으로 보자면 매번 큰 변화가 없다는 말이 될 수 있다. 기존 아이폰 12 이상 사용자라면 이번 아이폰 15는 외형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매력적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아이폰 15 프로에 적용된 기술을 살펴보면 디자인뿐만 아니라 생각보다 많은 부분에서 변화가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아이폰 15 프로 리뷰를 통해 새로운 세대의 아이폰의 매력을 짚어본다.

아이폰 15 프로, 티타늄 베젤과 무광 글라스로 마감

제품 색상은 총 네 가지가 있으며, 전부 티타늄 베젤을 채용했다 / 출처=IT동아


아이폰 15 프로 및 프로 맥스는 모두 티타늄 재질의 베젤과 세라믹 실드 소재의 전면, 표면 질감을 살린 무광 글라스 소재 후면으로 마감돼 있다. 테두리는 전작보다 조금 더 둥글게 바뀌었고, 사이즈는 아이폰 15 프로를 기준으로 세로 및 세로 길이가 약 1mm 짧은 146.6mm와 70.6mm고, 두께는 소폭 두꺼워진 8.25mm다. 대신 무게는 206g에서 187g으로 크게 줄었으며, 맥스 모델 역시 240g에서 221g으로 상당히 줄었다.

디스플레이는 동일하게 가변 주사율 기능을 지원하는 슈퍼 레티나 XDR 디스플레이가 사용됐으며, 아이폰 14 프로에 적용된 다이내믹 아일랜드도 그대로 적용됐다. 화면의 밝기 역시 일반 밝기 1000니트, 고명암 대비(HDR) 기준 1600니트, 야외 자동 밝기 최대 2000니트로 전작과 동일하다. 전면 화면의 가장자리가 얇아지면서 제품의 가로 및 세로 길이도 약 1mm씩 줄었는데, 이를 제외하고 외형적으로는 차이를 알아차리기 어렵다.

베젤은 브러시 패턴이 적용됐고, 측면 버튼이 홀드 대신 동작 버튼으로 바뀌었다 / 출처=IT동아


변화는 테두리에 있다. 테두리는 조금 더 매끄럽고 부드럽게 잡히도록 가공되었으며, 측면에 브러시 패턴이 적용된 티타늄 소재가 사용됐다. 단 후면 카메라 테두리의 링 부분은 스테인리스다. 색상은 블랙 티타늄, 화이트 티타늄, 블루 티타늄, 내추럴 티타늄 중 선택할 수 있다. 일단 스펙상 20g 정도만 가벼워졌지만, 만져보면 묵직한 느낌이 사라지고 가벼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또 스테인리스보다 덜 차갑고 부드러운 느낌이다.

출시 직후에 도색이 벗겨진다는 논란이 있었지만 사실이 아니다. 유분이 묻으면 색상이 좀 바뀌어 보이는데, 높낮이가 다른 버튼 주변만 원래 색상을 유지하면서 벗겨진 것처럼 착각할 수 있다. 도색 난도가 높은 티타늄 특성상 장기 사용 시에는 어떨지 모르지만, 당장 우려할 필요는 없다.

아울러 10년 넘게 유지해 온 측면의 홀드 버튼이 처음으로 동작 버튼으로 변경됐다. 기본 버튼은 무음 모드며, 집중 모드, 카메라, 손전등, 음성 메모, 확대기, 사용자가 지정할 수 있는 단축어, 손쉬운 사용, 동작 없음까지 설정할 수 있다. 작은 변화지만 편의성 측면에서는 발전한 느낌이다.

USB C형 단자로 활용도 높이고, 네임드롭 추가·에어드롭 성능↑

USB C 단자 채용으로 충전 편의성은 물론 장치 확장성도 확보했다 / 출처=IT동아


아이폰 15 시리즈의 가장 큰 변경점은 충전 단자의 변화다. 애플은 2012년 아이폰 5를 출시하며 처음으로 라이트닝 단자를 적용했고, 11년이 지난 2023년에 들어서야 라이트닝을 USB-C형 단자로 변경했다. 채용 과정에서 유럽 연합의 압박 등 복잡한 문제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범용성이 높은 USB C형 단자를 그대로 적용했다. 다만 아이폰 15는 USB C 단자지만 전송 속도가 480Mbps급인 USB 2.0 버전이고, 아이폰 15 프로 시리즈가 최대 10Gbps 전송을 지원하는 USB 3 버전이다.

또한 디스플레이 연결을 지원하므로 외부 디스플레이도 연결할 수 있게 됐고, 아이폰 15 프로의 경우 외부 저장장치를 연결해서 동영상을 바로 저장하는 기능도 지원한다. 아이폰 15 프로에 새로 추가된 Log 촬영의 경우, 장치 내에서는 최대 4K 30p 촬영만 지원한다. 이 상태에서 다른 USB C형 외장 SSD를 장착하면 4K 60p 녹화까지 지원하며 데이터도 장치로 옮겨간다. 아이폰 프로 시리즈로 RAW 영상을 촬영하는 전문가라면 희소식이다.

만약 아이튠즈 동기화를 자주 한다거나, 동영상 자료 등을 자주 옮기는 경우라면 아이폰 15 프로를 선택하는 게 낫지만, 동기화 빈도가 낮다면 아이폰 15의 USB 2.0도 못쓸 정도는 아니다. 또 20W 이상 충전기 사용시 30분에 최대 50%까지 충전하는 급속 충전은 두 시리즈 모두 지원한다.

iOS 17 이상 아이폰끼리 윗부분을 맞대면 연락처 등을 공유하는 네임드롭이 활성화된다 / 출처=IT동아


애플의 독자적인 무선 송수신 체계인 에어드롭 성능은 훨씬 진보됐고, iOS 17 이상 기기의 상단을 맞대면 연락처와 개인정보 등을 공유할 수 있는 네임드롭 기능도 새롭게 추가됐다. 에어드롭 개선은 iOS 17.1 업데이트를 지원하는 아이폰 XS, XR 시리즈 및 아이폰 SE 2세대 이후 버전부터 적용된다. 기존의 에어드롭은 블루투스와 와이파이 애드혹(ad-hoc) 기술을 기반으로 데이터를 전송해 약 10미터 이내 장애물이 없는 조건에서가 한계였지만, 여기에 데이터 통신을 추가해 거리가 좀 더 떨어져도 데이터를 보낼 수 있다.

네임 드롭 역시 iOS 17 이상을 지원하는 아이폰을 대상으로 하며, 아이폰 및 애플 워치의 상단을 터치하면 특별한 애니메이션과 함께 상대방의 연락처 카드를 주고받을 수 있다. 사용자는 상대방 정보를 받기만 하거나 서로 주고받을지 선택하면 된다. 명함 교환이나 통성명은 옛 말이 될지도 모른다.

첫 3nm 공정의 A17 프로, 최고 성능 높지만 공정 성숙 더 필요해

아이폰 15 프로 시리즈는 최초로 3nm 공정이 적용된 전자제품이다. 반도체는 공정이 심화될수록 성능과 전력 효율은 향상되고, 생산 단가는 내려가는 특성이 있다. 다만 공정이 성숙하지 못할 경우 발열 관리가 안된다거나 누수 전력 등이 생기기도 한다. 그래서 처음으로 심화 공정이 적용된 반도체는 초기에 잡음이 많은 편이다.

20회 반복 테스트 결과, 1회 차에서만 최고 성능을 내고 2회 차부터 성능이 급격히 하락한다. 성능이 떨어지는 게 정상이지만, 3~10회에 걸쳐 점진적으로 떨어지는 게 아니라 급격히 하락하는 건 아쉬운 부분이다 / 출처=IT동아


아이폰 15 프로 역시 해당 논란을 완전히 피해가진 못했다. A17 프로 칩은 6개의 코어와 6개의 GPU, 16개의 뉴럴 엔진으로 구성돼 연산 성능은 10% 빨라지고, 그래픽 성능은 20%까지 향상됐다. 또 하드웨어 가속 지원으로 4배 빠른 실시간 광선 추적(레이 트레이싱)을 지원하고, AV1 디코더를 탑재해 고해상도 스트리밍 등도 원활하게 즐길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발열이 예상보다 더 발생해 논란이 생긴 것이다.

아이폰 15 프로 맥스의 프로세서 성능과 성능 유지 수준을 확인해 보고자 iOS 17.1 버전으로 업데이트하고, 3D 마크의 와일드 라이트 익스트림 테스트를 20회 반복했다. 그 결과 아이폰 15 프로는 초기 테스트에서 4187점을 획득했고, 초기 1회를 제외한 2회 차부터 9회 차까지 2800점대를 유지했다. 10회차부터 20회차까지는 2750점대로 성능이 조금 더 떨어져 최종적으로는 2756점을 기록했다. 이때 성능 유지력은 65.8%로 확인된다.

긱벤치 6 테스트 결과, 전 세대보다 제법 향상된 성능을 보여준다. 갤럭시 S23 울트라와 비교하면 꽤 차이가 크다 / 출처=IT동아


스마트폰 AP의 성능을 측정하는 긱벤치 6 테스트 결과는 단일 코어 2950점, 다중 코어 7327점으로 확인되며, GPU가 2만 7017점을 획득했다. 아이폰 14 프로 맥스의 단일 코어가 2517점, 다중 코어가 6375점이니 상당한 차이다. 참고로 갤럭시 S23 울트라는 동일 테스트에서 단일 코어 2045점, 다중 코어 5383점, GPU 9274점을 획득했다.

최신 3D 게임들을 중심으로 애플의 가변주사율 기능인 ‘메탈 FX’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부하는 줄이고 실제 체감 성능은 높아진다. 생태계가 안정되면 성능이나 부하로 인한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 출처=IT동아


종합해 보자면 아이폰 15 프로 맥스의 성능은 우수하지만, 성능 유지력이 상당히 떨어진다. 게임을 실행하면 초반 몇 분만 괜찮고, 발열이 지속되면 옵션을 낮춰 체감 프레임을 유지하는 환경이다. 물론 GPU 성능이 매우 높아서 성능이 조정되어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최고 성능을 상회하는 수준인 부분은 간과해선 안된다. 일반 사용자라면 성능에 한계를 느끼기는 어려울 것이고, 게임 등을 오래 플레이한다면 발열 관리를 위한 옵션 조정 등을 고려하자.

최대 7개 화각의 프로 카메라, 4K 60p Log 촬영까지 가능해져


아이폰 15 프로 맥스는 전작과 동일하게 4800만 화소 f/1.78 메인 카메라와 1200만 화소 f/2.2 초광각 카메라, 1200만 화소 f/2.8 망원 카메라를 갖고 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완성도가 높아졌다. 우선 초광각 렌즈가 초접사와 초광각 두 개를 지원하고, 메인 카메라가 24mm, 28mm, 35mm 초점거리 디지털 줌을 제공한다. 또 메인 카메라의 픽셀을 4개씩 묶어서 2배율 줌을 구현하고, 망원 렌즈는 잠망경 형식의 테트라프리즘 디자인을 적용해 120mm 5배율 줌을 지원한다. 일반 프로 모델은 3배 줌이다.

또한 HDR 기능이 사진을 위한 스마트 HDR 5로 업그레이드 됐고, 기본 ‘사진’ 메뉴에서도 사람과 동물을 인식해 자동으로 모드 사진을 반영한다. 또한 조리개 피사계 심도를 수동으로 조정할 수 있게 됐고, 인물 사진 모드는 그대로 제공해 활용도를 넓혔다. 촬영 이후에 피사계 심도를 조절하는 시네마틱 기능은 이제 기본 렌즈뿐만 아니라 2배율 줌으로도 촬영할 수 있다.


아이폰 14 프로와 근본적인 영상 기능에서는 큰 차이가 없지만, 전문가 기능에서 상당한 발전이 있다. 전 세대는 ProRes 4K 30p까지 지원했고, 저장 공간이 매우 부족했다. 아이폰 15 프로 맥스는 ProRes Log로 4K 30p를 지원하고, USB-C로 외부 저장장치를 연결하면 ProRes Log 4K 60p까지 지원한다. 덕분에 전문가용 촬영 영상 촬영 시 저장공간에 대한 자유도가 크게 높아졌다.

저장 장치는 USB C 장치면 다 지원하나, 영상이 30초에 6~8GB를 차지하므로 NVMe SSD를 연결하는 게 좋다. 또 NTFS 포맷은 지원하지 않으며, exFAT(FAT64) 포맷 혹은 맥OS 확장(저널링) 포맷이어야 한다. 아이폰 상에서는 포맷을 변경할 수 없으니 사전에 맥 또는 PC에서 포맷을 변경한 뒤 연결하자.

더 진보된 완성도, 끌린다면 선택할만한 가치 있어

아이폰 15 시리즈는 과감한 변화보다는 섬세하고 더 높은 완성도를 추구하는 노선이 아닐까 / 출처=IT동아


아이폰 15 프로 맥스가 전작과 비교해 차이가 크지 않은 건 사실이다. 카메라나 디스플레이의 하드웨어는 큰 변화가 없고, 외관 역시 티타늄이 적용됐다는 것 이외에는 체감하기 어렵다. 하지만 A17 프로를 활용한 전반적인 성능 향상과 USB C 지원을 통한 확장성 및 충전 편의성 향상, 카메라의 세부 기능 변화, 무선 연결성 향상 등등 내부적으로는 많은 것들이 변했다. 게다가 아이폰 프로 시리즈의 출시 가격 자체는 5년째 999달러를 유지하고 있으니 같은 값은 주고 더 좋은 제품을 사는 셈이다.

가격은 아이폰 15 프로 128GB가 155만 원부터 시작하며, 1TB가 230만 원대다. 프로 맥스는 256GB에 190만 원부터 시작하며, 1TB 모델이 250만 원대다. 국내에서 아이폰 14 프로의 출시 가격이 155만 원대였으니 변화가 없고, 맥스 모델만 128GB가 제외되고 256GB부터 출시되며 가격이 15만 원정도 올랐다. 매번 ‘혁신은 없었다’는 단서가 붙는 아이폰이지만, 폼팩터를 유지하면서 꾸준히 변화를 이뤄내는 것 자체가 인상적이다. 출시를 앞두고 잡음이 있었으나 큰 문제는 아니다. 변화를 원한다면 선택해도 후회하진 않을 것이다.

동아닷컴 IT전문 남시현 기자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