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탕후루부터 잡채, 스테이크… ‘노점 푸드코트’ 이색 체험

입력 | 2023-10-28 01:40:00

[위클리 리포트] ‘관광 1번지’ 명동은 변신 중
명물? 애물단지? 명동 노점상




2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눈스퀘어 앞. 길 양옆에 노점상 수십 곳이 나란히 밀집한 이곳은 평일 낮인데도 인파가 북적이고 있었다. 사방에서는 일본어와 중국어, 영어가 뒤섞여 들려 왔다. 붕어빵이나 탕후루 등 요즘 ‘핫’한 음식을 파는 곳에선 외국인 손님이 20여 명씩 줄지어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음식을 산 사람들은 길가 건물 앞 계단에 앉아 음식을 먹기도 했다. 노점 메뉴는 떡볶이와 호떡, 닭강정은 물론이고 치즈 김치말이 삼겹살, 붕어빵 아이스크림, 추로스, 치즈 랍스터구이, 볶은 새우, 소고기 스테이크 등 다채로웠다. 이 일대는 흡사 ‘노점 푸드코트’ 같은 모습이었다.

명동 상권이 부활하면서 명동의 상징이었던 노점가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명동 노점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했던 당시 관광객의 발길이 끊기며 직격탄을 맞고 대부분 자취를 감췄었다. 하지만 명동에 관광객들이 돌아오기 시작한 데다 최근의 K푸드 인기에 힘입어 영업을 재개하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색다른 체험을 원하는 젊은 세대 관광객들에게 명동의 노점상은 ‘필수 코스’로 꼽히고 있다. 유튜브 등에서 ‘명동(Myeongdong)’을 검색하면 ‘명동 길거리 음식(Myeongdong street food)’이 자동 완성될 정도다. 미국, 일본 등 해외 유튜버들이 올린 명동 노점상 체험 영상 중에는 100만 회가 훌쩍 넘는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도 여럿 있다.

노점상들이 가판 위나 간판에 ‘오징어구이 1만 원, 군밤 5000원, 탕후루 5000원’ 등 메뉴별 가격 표시를 해놓은 점도 눈에 띄었다. 관할 지자체인 중구가 이달 1일부터 지역 상인들과 협의를 거쳐 명동 노점상에서 가격표시제를 실시한 데 따른 것이다. 외국인들은 가격을 물어보거나 별다른 흥정을 하지 않고 주문 내용에 맞게 바로 값을 치렀다.

일본 도쿄에서 온 직장인 나오키 씨(24)는 “가격이 쓰여 있으니 특별히 흥정하지 않고 구매해도 한국인들보다 더 비싸게 사게 되는 것 같지 않아 안심이 된다”며 “아까 한국 여학생들도 똑같이 탕후루를 5000원에 사갔다”고 말했다.

다만 가격표시제를 무시하고 ‘배짱 영업’을 하는 노점상도 있는 만큼 바가지요금을 근절하고 결제 수단을 다양화하는 등 관광객 편의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격을 표시하더라도 가격이 너무 비싸거나 현금이나 계좌이체로만 값을 치를 수 있는 등 불편이 많고 위생 우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요즘은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워낙 정보가 빠르기 때문에 외국인 관광객들도 가격이나 분위기 등을 대략 파악하고 온다”며 “명동이 관광객이 2, 3번씩 찾는 매력적인 장소가 되려면 노점상 역시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