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뭐 어때서/스즈키 노리타케 글, 그림·김숙 옮김/36쪽·1만3000원·북뱅크 (7세 이하)
한 여자아이가 벤치에 앉아 투덜댄다. “마음에 드는 옷인데 찢어져 버렸네.” 그러다 맞은편 잔디밭에 앉은 까마귀를 보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까마귀는 따분해 보여. 모두 똑같이 까만색이라.”
까마귀는 여자아이를 비웃으며 말한다. “그게 뭐 어때서.” 깜깜한 밤엔 모두가 새까맣게 보일 뿐이고, 어둠 속 사방에 울려 퍼지는 자신의 노랫소리가 아름답기 때문에 상관없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거북이라면 따분할지도 모르지”라고 말한다. 하지만 거북이 역시 “그게 뭐 어때서”라고 되묻는다. 자신은 급하게 해야 할 일이 없기 때문에 느린 것이 상관없다고 한다. 되레 느긋한 기분이 주는 좋은 감정에 대해 자랑한다. 그러면서 거북이는 “해가 들지 않는 땅속에 사는 두더지가 가엽다”고 말한다.
동물들은 릴레이 식으로 누군가를 불쌍하고 가엽다 말하지만, 지목받은 이들은 하나같이 이를 부정하며 자신의 존재를 당당하게 인정한다. 타인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는 당찬 동물들을 통해 자신감과 자존감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