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 ‘제왕나비’ 여정 좇아 1만6000km 넘는 대장정 동행 함께 모여 역경 견디는 나비처럼 변화 이끄는 이들 목소리 모아야 ◇그 많던 나비는 어디로 갔을까: 제왕나비의 대이동을 따라 달린 264일의 자전거 여행/사라 다이크먼 지음·이초희 옮김/372쪽·1만9500원·현암사
자전거로 제왕나비의 이동 경로를 따라가고 있는 저자. 사진 출처 beyondabook.org
어릴 적 동네에는 봄이 되면 배추흰나비, 노랑나비 등 나비가 지천이었다. 여름에는 하늘소를 잡기 위해 나무를 타고 올라갔는데, 두세 그루만 올라도 10여 마리는 금방 잡을 수 있었다. 늦여름부터 보이기 시작한 잠자리는 얼마나 많은지, 거짓말 안 보태고 잠자리채를 허공에 몇 번 휘두르기만 해도 잡히는 놈이 있을 정도였다. 변두리긴 했지만 그래도 서울이었는데 말이다. 그때 나비와 잠자리, 하늘소가 놀던 야산과 밭은 지금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대신 아파트촌이 들어섰다.
그 아이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누구나 살면서 한 번쯤은 하는 생각. 답도 대개는 안다. ‘환경이 파괴돼서’ ‘기후변화 때문에’ ‘서식지가 사라졌으니까’. 그런데 세상에는 늘 엉뚱한 사람이 있나 보다. 사라져가는 그들을 따라다닐 생각을 하다니.
생태학자이자 아웃도어 교육자인 저자가 엘로사리오(멕시코)∼댈러스∼수시티(이상 미국)∼오타와(캐나다)∼보스턴·뉴욕∼오스틴(이상 미국)을 거쳐 다시 엘로사리오까지 1만6000km가 넘는 거리를 제왕나비를 따라 자전거로 달렸다. 제왕나비는 노랑나비, 배추흰나비처럼 북아메리카 지역의 대표적인 나비다. 멕시코에서 겨울을 난 뒤 봄이 되면 캐나다까지 이동했다가 겨울이 되기 전에 다시 멕시코로 돌아온다. 아주 흔한 나비였지만 갈수록 멸종의 길을 걷고 있다. 1996년 20.9ha를 차지하던 군집 규모가 2019년에는 2.8ha로 급감했다고 한다.
그는 “늘 제대로 가고 있는지 걱정하고 불안했지만, 그럴 때마다 보이는 ‘나비 한 마리’가 올바르게 나아가고 있다는 이정표가 됐다”고 술회했다. 오른쪽 사진은 제왕나비. 동아일보DB
“여러 제왕나비가 모여 대이동을 해내고, 짧은 거리가 모여 모험이 되듯, 우리의 목소리가 모일 때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모험을 마다하지 않는 사람들, 해법을 찾는 사람들, 변화를 이끄는 사람들, 이동하는 나비들이 있는 한 우리의 공동 행동은 희망이 된다.”(‘마지막 구간’ 중)
환경 파괴로 인한 멸종위기종에 관한 이야기는 사실 흔하면 안 되는데도 흔한 이야기가 돼버렸다. 일부 깨어 있는 사람들이 목이 터져라 외쳐도 대부분은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하늘을 나는 나비를 길을 따라 쫓아가는 것은 굉장히 힘든 일이다. 4800km에 이르도록 제왕나비를 보지 못한 적도 있었다고 한다. 저자는 늘 제대로 가고 있는지 걱정하고 불안했지만, 그럴 때마다 보이는 ‘나비 한 마리’가 올바르게 나아가고 있다는 이정표가 됐다고 술회한다. 인류가 잘못하고 있는 것이 많지만, 그래도 아직 멸종되지 않고 있는 것도 이런 ‘나비 한 마리’ 같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원제 ‘Bicycling with Butterflies: My 10,201-Mile Journey Following the Monarch Migration’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