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스위치/장연규 지음/284쪽·1만8500원·히포크라테스
인간의 유전자는 우리가 살게 될 운명을 그려 놓은 지도일까, 아니면 노력과 극복으로 바꿀 수 있는 밑그림일까. 기존 유전학은 찰스 다윈(1809∼1882)의 진화론에 근거해 모든 것이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고 봤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후성유전학 연구가 본격화되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모든 생명체는 마주한 환경 요인을 극복하려 한다. 이는 유전자의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저자는 개개인의 노력이 유전자는 물론이고 인간의 운명까지 바꿀수 있다는 매력적인 담론을 소개한다.
후성유전학은 타고난 유전자가 환경과 경험에 따라 그 형질이 달라지고 심지어 유전까지 되는 현상을 연구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 몸에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시스템이 있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우리 몸에 저장된 수많은 유전 정보를 필요에 따라 활성, 비활성화하는 이 시스템을 ‘유전자 스위치’라고 설명한다. 이 스위치를 끄고 켜는 것에 따라 유전 형질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특히 유아기에 겪은 경험으로 생긴 후성유전적 변화가 뇌에 각인되고 이것이 자손에게까지 유전될 수 있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성장 환경이 미치는 막대한 영향이 유전학적으로 확인되는 대목이다.
저자는 연세대 시스템생물학과 교수로 1998년 후성유전학 연구를 시작해 2002년부터 국립암센터에서 후성유전조절과 암 발생 관련성을 연구했다.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상세한 설명과 함께 도표를 곁들였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