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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감사대상에 ‘쓰레기’ ‘걸레’ 지칭한 감사원 총장의 업무 지침

입력 | 2023-10-27 23:57:00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그제 감사원 국정감사에선 ‘b쓰레기’ ‘m걸레’ 같은 비속어가 담긴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의 내부용 업무지침이 공개돼 논란이 됐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이른바 ‘공감노트’에서 유 총장은 탈원전 감사 관련 대상자를 이처럼 지칭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건에는 여성 국회의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자료 요청을 두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는가 하면, 직원들에게 ‘신용문객잔의 주방장이 칼 쓰듯이 감사하소. 다다다다다’라고 주문하는 대목도 있다.

유 총장이 “직원 훈련용 실전 매뉴얼”이라고 밝힌 노트에 나온 거친 언사는 고위 공직자로서, 특히 공직자 감찰을 지휘하는 책임자로서 과연 자격이 있는지 의심케 한다. 유 총장은 “3000페이지 분량 중 한두 페이지만 발췌해서 얘기하는 것은 왜곡이자 곡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게 극히 일부일지라도 직원들에게 배포하는 문건에 감사 대상자, 나아가 국회의원을 향해 아무렇지도 않게 시정의 저속한 언사를 쏟아낸 것은 스스로 심각하게 반성부터 해야 할 일이다.

그 속에 담긴 비뚤어진 인식은 자못 심각하다. 감사하는 대상자를 저급한 표현으로 비하하고 국회의원을 시비나 거는 귀찮은 존재로 여긴다. 그런 인물이 지휘한 감사 결과가 과연 공정하고 객관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겠는가. 나아가 유 총장이 주문한 ‘무협소설’식 공격적 감사도 무리하고 편협한 감사 결과를 낳을 위험이 크다. 그간 감사원이 끊임없이 ‘표적감사’ ‘정치감사’ 논란에 휩싸인 데는 거칠게 몰아붙이는 유 총장의 일처리 방식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

유 총장의 언행을 둘러싼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는 국회에서 고압적 태도를 보이며 의원들과 정면충돌하기 일쑤였고 감사원장에게조차 ‘심플한 답변’을 주문하는 쪽지를 건네기도 했다. 배우자 보유 주식의 처분을 놓고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직권남용 혐의 출석 통보에도 불응했다. 그런 유 총장의 막가는 처신은 감사원의 신뢰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무겁고 신중해야 하는 게 지금의 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