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그제 감사원 국정감사에선 ‘b쓰레기’ ‘m걸레’ 같은 비속어가 담긴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의 내부용 업무지침이 공개돼 논란이 됐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이른바 ‘공감노트’에서 유 총장은 탈원전 감사 관련 대상자를 이처럼 지칭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건에는 여성 국회의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의 자료 요청을 두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는가 하면, 직원들에게 ‘신용문객잔의 주방장이 칼 쓰듯이 감사하소. 다다다다다’라고 주문하는 대목도 있다.
유 총장이 “직원 훈련용 실전 매뉴얼”이라고 밝힌 노트에 나온 거친 언사는 고위 공직자로서, 특히 공직자 감찰을 지휘하는 책임자로서 과연 자격이 있는지 의심케 한다. 유 총장은 “3000페이지 분량 중 한두 페이지만 발췌해서 얘기하는 것은 왜곡이자 곡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게 극히 일부일지라도 직원들에게 배포하는 문건에 감사 대상자, 나아가 국회의원을 향해 아무렇지도 않게 시정의 저속한 언사를 쏟아낸 것은 스스로 심각하게 반성부터 해야 할 일이다.
그 속에 담긴 비뚤어진 인식은 자못 심각하다. 감사하는 대상자를 저급한 표현으로 비하하고 국회의원을 시비나 거는 귀찮은 존재로 여긴다. 그런 인물이 지휘한 감사 결과가 과연 공정하고 객관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겠는가. 나아가 유 총장이 주문한 ‘무협소설’식 공격적 감사도 무리하고 편협한 감사 결과를 낳을 위험이 크다. 그간 감사원이 끊임없이 ‘표적감사’ ‘정치감사’ 논란에 휩싸인 데는 거칠게 몰아붙이는 유 총장의 일처리 방식과도 무관치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