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 1문 1답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27일 동아일보사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내년 4월 총선 승리를 위해 “당내 영남 중진 의원들이 서울에 와서 도와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강박증처럼 영남에만 머물러 있지 말라. (영남권 중진 의원들도) 서울 험지에 와서 힘든 걸 한 번 도와줘야 한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당내 중진 의원들의 수도권 험지 출마론에 대해 “영남의 스타들이 서울의 험지에 와서 도와주면 참 좋겠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27일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에서 진행됐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인 위원장 “죽으려면 안 변해도 돼”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서 영남 중진 의원들이 수도권 험지에 출마하거나 불출마해야한다고 보나. “대구·경북(TK)이든 부산·울산·경남(PK)이든 영남이 통째로 다 바뀌어야 한다. 낙동강 하류가 우릴 지켰다. 낙동강은 소중한 곳이다. 하지만 당이 무슨 낙동강 하류당이 돼 버렸다. 그러면 지금 한국의 상황과 맞지 않는다. 호남 사람이 대구에서도 당선돼야 하고 대구 사람도 호남에서 당선돼야 한다. 살려면 변해야 한다. 죽으려면 안 변해도 된다.”
“모두가 경쟁력이 있는 건 아니다. 영남의 스타들이 서울 험지에 와서 도와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다. 자기가 편한 지역구에서 이탈해야 한다.”
―21대 국회 여야 모두 실패했다고 하는데 당내 현역 의원들이 교체돼야 하냐고 보나.
“국회의원들이 자기자신보다 당과 나라를 먼저 생각하고 희생하는 자세로 들어가면 이 선거가 어렵지 않다고 본다.”
―희생하는 게 선수와는 상관없나?
“낙동강 이야기 아니다. 서울 안에서도 통 큰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명분만 갖고 할 수 없는 게 선거인데 서울이나 수도권에 와서 패배하면?
“패배 안 한다. 국민들은 올바른 것 좋아한다. 대한민국 수준은 높다. 이 일도 8주, 두 달 안에 끝나는데 욕 많이 먹어도, 얻어터져도 상관없다.”
―서울 등 험지 출마를 먼저 밝히는 의원들에 인센티브가 있나.
“룰은 냉정해야 한다. 경선은 잔치고 예고편이다.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거다. 경선을 통해 진 사람은 멋있게 승복하고 승리한 사람은 올라가서 힘을 합쳐 완전히 판을 바꿨으면 좋겠다.”
● 인 위원장 “혁신위 제시 방향 거역 힘들 것”
―전 지역 경선이 원칙인가. “제가 선거대책위원장은 아니다. 하지만 올바른 방향이고 희망사항이다. 그리고 잘 건의하고 올리면 당 지도부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분위기로 가지 않겠나. (혁신위가) 제시한 방향을 아마 거역하기 힘들거다. 나는 긍정적이다”
인 위원장은 “당에 혁신위의 혁신안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설득하고 또 만나겠다”며 “70~80%를 받아들이면 성공”이라고 밝혔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무슨 이야기를 못하겠나. 나는 국민 눈높이에 내려가기 위해서 뽑혔다. 윤 대통령은 검사 출신이지 정치인이 아니다. 방법론에서 매끈하지 않지만 또 그게 매력이다.”
―윤석열 대통령에게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만나라고 건의할 의사가 있나.
“저는 누구나 만날 수 있지만 대통령은 입장이 다르다. 정치는 법과 의학처럼 정확한 원칙이 있는 건 아닌 것 같더라…. 국민들도 융통성을 원하지 않겠느냐. 거기까지만 이야기하자.”
―혁신위 1호 안건으로 사면을 언급한 이준석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등이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홍준표 대구시장에게 내려가서 ‘형님 그러지 마시오’라고 말할 용의가 있다. 이준석 전 대표도 굉장히 마음이 상했더라. 유승민 전 의원도 가능한 빨리 만날거다. 계속 노력할거다”
―이들을 혁신위 초반에 직접 만날 계획이 있나.
“1호 안건에 올린 것이다. 이걸 최고위에 전달되고 어떻게 할 지는 그 사람들(당 지도부)에게 넘기는 것이다. 말 그대로 ‘recommendation(권고)’이다.
―중도층 유권자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다면.
“(유권자의) 20%는 ‘꼴통 보수’고, 20%는 ‘꼴통 좌익이다. 선거 결론을 내는 60%는 아이 학교 보내기 바쁘고 시장 다니는 어머니들, 직장 다니는 샐러리맨이다. 그 사람들은 좌도 우도 아니다”
―총선을 앞두고 공천 기준에 대한 관심이 높다.
“제가 공천하는 건 아니다. 기초를 잘 다지고 그 위에 집을 지어야 한다. 제가 워낙 변화를 많이 요구하니까 당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곤욕스러울지도 모른다”
“강서는 지나간 일이다. 미래지향적으로 살아야 한다. 예방접종이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관심없다. 우리가 변하면 강서와 같은 일은 안 일어난다”
―혁신위가 만든 공천 룰을 당내에서 수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당 지도부를 설득하겠다. 100% 받아들여질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70~80%만 수용돼도 성공이다.”
●인 위원장 “민주당 신뢰하기 어렵게 됐다”
―내년 총선에 출마할 생각인가. “나는 내려놨다. 유혹을 많이 받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없어졌다. (혁신위가) 끝나는 날까지 올인할 것이다.”
―다른 혁신위원들의 총선 출마에 대한 생각은.
“축구경기하는 사람이 룰 못 만들겠나.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배우도 하고 감독도 했다. 플레이어가 혁신위에 들어오는 건 아주 좋은 거라고 본다.”
인 위원장은 정치권 안팎에서 제기되는 총선 출마설에 대해 “유혹을 많이 받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다만, 혁신위원들의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플레이어가 룰을 만드는 것은 좋은 것”이라며 여지를 열어뒀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혁신위의 권한 범위를 두고 이야기가 많다. 권한을 어떻게 쟁취하고, 혁신안을 수용시키려 하나.
“제가 모든 것을 바꿀 순 없다. 다 만날 것이다. 최고위원들도 만나고 설득하고 할 것이다. 당과 대립적으로 가고 싶지 않다. 같이 한 배를 탔다. 나를 여기 데려다놨으니 편 아니냐. 나는 정치를 모르고 초짜지만 국민은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걸 원한다. 우리가 자잘한 욕심을 내려놓자고 이야기할 것이다.”
―민주당에서 혁신위원장이나 당내 영입 제의가 온다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내가 눈물날 정도로 존경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에서 2년간 혹독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았다. 세브란스 병원이 14개 병원과 비자발급용 신체검사 수수료를 담합했다는 이유였다. 공정위가 관여했다는 건 개탄스러운 일이다. 아무리 미워도 페어플레이를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이후 민주당을 신뢰하기 어렵게 됐다. 김 전 대통령 때 민주당과는 다르다는 걸 알게 됐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