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식이니 항상 개미들만 돈을 잃지….” 의심은 사실이었다. 이달 15일 금융감독원이 불법 공매도를 일삼은 글로벌 투자은행(IB) 2곳을 처음 적발했다고 밝히자 개인투자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IB들은 주식을 빌리지도 않고 미리 팔아버리는 ‘무차입 공매도’를 장기간 관행적으로 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적발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 것 같다고 금융당국은 판단했다. 그만큼 한국 자본시장을 우습게 본 것이다.
▷공매도에 대한 금융당국의 시각이 바뀐 건 이때부터다. 한시적으로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2020년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가 2021년 5월부터 코스피200과 코스닥150 종목에 한해 허용한 상태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다시 원점에서 공매도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했다.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시장을 신뢰하지 않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이해하게 됐다”고도 했다. 11일 국감에서 “(이미) 개인투자자들이 요청하는 대로 다 해드렸다”고 말한 것과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세력이 주가 하락을 부추긴다며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기관의 공매도 비중은 98%에 달해 공매도 제도는 ‘개미들의 무덤’으로도 불린다. 최근 10년간 불법 공매도의 타깃이 된 종목만 1212개, 거래 주식은 1억5000만 주가 넘지만 형사처벌은 단 한 건도 받지 않았다. 이달 초 한 개인투자자가 공매도 제도 개선을 내용으로 국회 국민청원을 제출했는데, 8일 만에 5만 명 이상이 동의해 요건을 충족했다.
▷하지만 공매도를 허용하기에 앞서 외국인·기관에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부터 손봐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현재 개인은 공매도 상환 기간이 90일로 제한돼 있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사실상 무제한이다. 담보 비율도 개인은 120%인데 기관과 외국인은 105%다. 공매도 거래 기록이 전산화되지 않고 수기 등으로 주먹구구로 이뤄지는 것 역시 문제다. 불법 공매도에 대한 처벌 수위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많다. 이제는 한국 주식시장이 ‘글로벌 공매도 맛집’, ‘외국인 현금인출기’ 같은 부끄러운 이름에서 벗어날 때가 되지 않았나.
김재영 논설위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