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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태원 참사 추모대회, 당 이름으로는 참석 피한 여권

입력 | 2023-10-30 00:06:00


159명의 희생자를 낸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가 어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다. 여러 관련 추모 행사가 열렸지만 유가족 협의회가 직접 참여한 유일한 행사로 야당 대표들이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 자리 대신 어릴 때 다녔던 성북구의 한 교회 추도예배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추도사에서 “지난해 오늘은 살면서 가장 큰 슬픔을 가진 날”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일부 주요 당직자가 시청 앞 추모대회에 참석했으나 ‘개인 자격’이라고 밝혔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정책협의 자리에서 추모 메시지를 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여당 대표가 추모의 뜻을 밝히긴 했으나 유가족 추모 행사에 불참한 것은 아쉬움을 남긴다. 유가족 외에도 야4당과 민노총 등이 참여하는 정치집회로 변질된 탓이라고 대통령실은 설명했다. 대통령실로선 대통령 면전에서 돌발사태가 발생하는 것을 우려했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대통령의 참석은 재난에 대한 국가 책임을 명확히 하면서 사회 통합에 한발 다가설 기회였다. 결국 대통령과 집권당 대표의 빈자리는 불편한 자리를 피한다는 인상을 주고 말았다.

집권 1년 반을 맞은 윤 대통령은 기로에 서 있다. 최근 “국민은 늘 무조건 옳다”고 다짐했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줄 기회를 외면한 것은 유감이다. 그런 점에서 당 대표의 불참은 물론이고 당 이름은 뺀 채 개별 참석하도록 한 여당의 결정도 이해하기 힘들다. 대통령이 불참한다면 민심 현장의 최일선에 서 있는 여당 지도부라도 직접 참석해 유족을 위로하는 게 일반 국민 정서에 맞는 것 아닌가. 대통령과 정부, 여당의 추모대회 빈자리는 그래서 두드러져 보일 수밖에 없었다.

대통령이라고 해서 박수 받고 화기애애한 자리만 갈 수는 없다. 어제 행사는 불편했을지언정 유가족의 상처를 함께하며 대통령의 존재 이유를 확인시킬 수 있었던 자리였다. 대통령은 아직 유족 대표를 직접 만난 적이 없다. 1년 전 참사 직후 “미안하고 죄송하다”고 머리 숙였던 국정 책임자로서 앞으로 유족과의 만남 자리를 갖는 등 직접 위로할 기회를 갖길 바란다. 159명이 희생된 참사는 재발 방지 대책만큼 사회가 이겨내고 기억하는 방식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