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한국 거주자 중 외국인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다인종·다문화 국가’ 기준인 5%에 바짝 다가섰다. 최근 외국인 근로자 입국이 빠르게 늘고 있어 내년엔 명실상부한 다인종 국가에 진입할 전망이다. 일찍부터 이민을 받아들인 북미·유럽 등 선진국을 제외하고 외국인 비중이 5%를 넘는 나라는 드물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아직 외국인과 공존할 준비가 덜 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월 말 한국의 장·단기 체류 외국인은 251만4000명으로 전체 인구 5137만 명의 4.89%다. 코로나19 여파로 재작년 3.8%까지 떨어졌지만 이후 매년 높아지고 있다. 인력난이 심각한 조선업은 물론이고 건설현장, 중소기업에서 외국인 없인 사업을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의존도가 커졌다. 대도시의 음식점, 지방 농가도 사정은 비슷하다. 43만 명으로 추산되는 불법 체류자를 포함하면 5.7%로 이미 다인종·다문화 국가에 진입한 셈이다.
산업현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외국인 유학생이 없으면 정원을 못 채우는 지방대학이 수두룩하다. 수도권 대학 대학원들도 유학생을 빼면 연구실을 꾸리기 어렵다. 한국에 앞서 청년인재 부족을 겪어온 일본은 이런 이유 때문에 정보기술(IT) 종사자, 고학력자를 대상으로 가산점을 줘 비자 취득을 독려하는 등 ‘외국인에게 선택받는 나라’가 되겠다고 한다.
국내 중소기업의 93%는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이유를 ‘내국인을 구하기 어려워서’라고 한다. 올해와 내년 한국 잠재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것이라고 OECD가 경고한 이유 중 하나가 노동력 부족이다. 주변 사람 20명 중 1명이 외국인인 다문화 사회의 문턱에 들어선 만큼 사회·문화적 통합까지 고려한 중장기 이민정책 수립을 더 미뤄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