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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마니아 대전에 집결… 더 빵빵해진 ‘빵 축제’

입력 | 2023-10-30 03:00:00

서대전공원 일대서 이틀간 열려
지난해보다 많은 69개 업체 참여
특색 있는 MZ세대 창업 빵집 인기
구매 대기 줄 수십 m 이어지기도



대전 중구 서대전공원에서 28, 29일 ‘2023 대전 빵축제’가 열렸다. 대전시 관계자는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10만여 명이 축제를 찾았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 live@donga.com


“미트파이 사려고 1시간 30분 줄 서서 기다리는 중이에요.”

29일 대전 중구 서대전공원. 전날부터 이틀간 이곳에서 열린 ‘2023 대전 빵축제’를 찾아 충북 청주시에서 왔다는 정예진 씨(22)는 “축제장까지 차를 타고 1시간 만에 왔는데 빵을 사려고 기다린 시간이 더 길다”며 이렇게 말했다.

‘빵의 도시’ 대전에서 열린 ‘빵 축제’가 성황리에 개최됐다. 총 100여 개 천막에서 새어 나오는 고소한 빵 냄새가 공원 일대를 점령했다. 천막 앞에는 고불고불 이어진 구매 대기 줄에 빵을 사려는 고객들이 수십 명씩 서있었다.

대전시는 인파가 갑자기 몰리는 걸 막기 위해 축제장 외곽에 철제 울타리를 설치하고 안전요원을 입구 곳곳에 배치해 입장 인원을 제한했다. 축제 관계자는 “지난해 약 10만 명이 빵 축제를 찾았는데 올해 참여 인원도 비슷하거나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개성 빵빵한 빵집 한자리에

올해 빵 축제에 참여한 업체는 대전지역 5개 구에 있는 빵집을 중심으로 69곳이 참여했다. 지난해보다 25곳이 더 늘었다. 그동안 옛 충남도청사에서 진행됐는데 올해는 더 넓은 장소인 서대전공원에서 열렸다. 대형 가맹점이 아닌 개성 뚜렷한 개인 빵집이 참여한 게 특징이다.

특히 MZ세대(밀레니엄+Z세대) 창업자들의 빵집이 인기를 끌었다. 떡이 들어간 빵을 만드는 신화영 대표(23)는 “축제 때 팔 빵을 만든다고 끼니도 거르고 잠도 줄여 가며 하루 22시간 일한다”며 “하루에 3000개씩 빵을 구워서 내놔도 모자란다”고 말했다. 매출은 평소보다 20배 더 늘었다고 한다.

광주에서 올라와 축제에 참여한 송하곤 대표(32)는 타르트 전문 빵집을 운영하고 있다. 이날 현장에서는 직원 6명이 쉴 틈 없이 타르트를 만들었다. 송 씨는 “대전은 빵에 진심인 도시라는 걸 느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참여했다”면서 “밥도 굶고 일하고 있지만 손님이 많아 힘이 난다”며 활짝 웃었다. 참여업체 판매 수익 일부는 자율 모금을 통해 사회복지단체에 전달된다.





● 전국에서 몰린 빵 애호가

축제에는 대전뿐 아니라 전국에서 빵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경북 구미에서 온 박가인 씨(31)는 “대전에 이렇게 많은 개인 빵집이 있는지 몰랐다. 같은 빵이라도 가게마다 맛이 달라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온 정다솜 씨(31)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유명한 빵집을 찾아다니려면 며칠은 걸릴 텐데 한자리에 모아 놓으니까 편하다”고 말했다.

다양한 행사도 마련됐다. 문제를 맞히면 경품을 주는 ‘도전 빵 골든벨’, 마카롱을 뽑는 ‘빵 크레인’ 등 13개 프로그램이 축제 기간에 이어졌다.

축제장과 맞닿아 있는 대전 지하철 1호선 서대전역엔 인파가 몰려 역 직원들이 지하철 개찰구마다 직접 나와 축제에 오가는 사람들을 안내했다. 축제가 열리기 전 주말 이용객은 약 8000명이었지만 축제 기간 이틀간 약 62% 늘어 최대 1만3000여 명에 달했다.

축제 관계자는 “이번 축제로 대전이 전국 최고 빵 도시로 자리 잡고, 특색 있는 개인 빵집이 널리 알려지는 데 보탬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 liv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