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의 분수령이 될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를 하루 앞두고 사내이사 한 명이 돌연 사임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 내부에 이상 기류가 생기면서 30일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2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진광호 아시아나항공 전무는 이날 이사회에 사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원유석 대표이사(사장)과 진 전무 등 사내이사 2명과 사외이사 4명으로 구성돼 있다.
진 전무가 30일 이사회에 출석하지 않을 경우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사업 분리 매각 등의 안건이 통과되기 위한 셈법이 달라진다. 회사 정관에 따르면 이사회에서 안건이 통과되려면 ‘과반 이상 출석과 출석 이사의 과반수로 한다’고 적시돼 있다. 6명이 모두 참석을 할 경우 4명이 안건에 찬성을 해야 통과가 된다. 진 전무가 빠질 경우 최대 5명만 출석을 할 수 있어 3명만 찬성을 해도 안건이 통과된다.
업계에서는 회사 안팎에서 화물 사업 분리 매각 찬성 압박을 받은 진 전무가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사임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진 전무는 24일 열린 이사회 임시회의에도 참석했던 것으로 확인된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진 전무 사퇴가 맞다면 이사회를 하루 앞두고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이어서 누가 순수하게 해석을 하겠느냐”며 “이렇게 해서 의결이 된 들 이사회가 제 기능을 다 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보는 진 전무에게 이날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한 멤버는 진 전무 사임 소식에 대해 “당사자에게 직접 사실 관계를 물어보라”고만 답했다.
한편 이사회 안팎에서는 윤창번 사외이사에 대한 자격을 두고도 말이 나온다. 윤 사외이사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이다. 그런데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통합을 대리하는 법률사무소(로펌)가 김앤장이다. 아시아나항공 정관에는 “이사회 결의에 관해 특별한 이해관계가 있는 이사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고 돼 있다. 일각에서 대한항공의 법률 대리를 맡고 있는 로펌 소속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윤 사외이사는 이사회 참석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직접 출석이 어려울 경우 온라인 등을 통해 결의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