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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 30년만에 탈북한 김병도씨 별세… “北가족 그리워해”

입력 | 2023-10-30 03:00:00

1973년 조업 나갔다가 서해서 피랍
귀환 전후 납북자 9명 중 6명 남아




1973년 서해에서 납북됐다 30년 만에 북한을 탈출했던 김병도 씨(70·사진)가 28일 별세했다.

29일 경남경찰청에 따르면 김 씨는 전날 오전 7시경 자택인 경남 통영시의 아파트 화단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에 의해 이송돼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경찰이 아파트 주변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김 씨는 아파트 3층에서 추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타살 혐의점은 없고,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고인은 1973년 꼬막 채취 어선을 타고 조업을 나갔다가 서해에서 납북됐다. 이후 북한 농장 등에서 강제노역을 하며 고초를 겪다가 2003년 최성룡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 이사장의 도움으로 탈북한 뒤 고향인 통영에 거주해왔다. 최 이사장은 “고인이 탈북할 당시 고인의 모친, 남동생과 함께 중국에서 직접 고인을 맞았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전했다.

귀환 후 고인은 납북 당시 헤어졌던 모친과 딸 등 남쪽 가족들과는 재회했지만 북한에서 이룬 가족과는 다시 만나지 못했다. 탈북 이듬해 북한에 두고 온 아내도 한국으로 올 수 있었으나 자녀 3명을 두고 떠날 수 없다고 해 결국 탈북이 무산됐다고 한다.

귀환 후 고인은 납북자 문제를 국내외에 알리는 등 송환 노력을 촉구했다. 최근에도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서울사무소 등을 통해 북한 내 납북자 문제에 관해 진술했다. 그는 납북 귀환자들 역시 이산가족에 포함돼 상봉과 왕래가 이뤄져야 한다고 정부에 꾸준히 건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 이사장은 “최근 고인이 북에 있는 가족이 그립다고 전화로 하소연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전후 납북자 가운데 탈북으로 귀환한 9명 중 김 씨를 포함해 현재까지 3명이 별세했다. 정부가 파악한 귀환하지 못한 전후 납북자는 총 516명이다.

빈소는 경남 통영전문장례식장. 발인은 30일 오전 7시. 유족으로는 딸 영아 씨가 있다. 055-645-1233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통영=최창환 기자oldbay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