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표류’ 해법, 해외에서 찾다] 독일도 20년전엔 작고 낮은 구급차 한국은 구급차 좁아 기도삽관 못해 “병원까지 아무 일 없길 기도해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상황에 맞는 국내 119구급차 모형 개발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유가 있다. 국내 구급차의 96%는 ‘스타렉스’나 ‘스타리아’ 등 12인승 승합차를 활용한 소형차다. 앞뒤 길이가 5.12∼5.25m로 짧아 기도 확보와 심폐 소생 등 기본적인 응급처치조차 어려운 구조다.
지난달 19일 독일 함부르크시 아스클레피오스 병원을 오가는 구급차는 ‘달리는 응급실’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었다. 이 구급차는 내부가 높아 키가 185cm인 현지 의사가 들어가 똑바로 서 있어도 머리 위 공간이 남았다. 환자를 태웠을 경우 운전자 구급대원 의사 등 4, 5명이 동시에 구급차 안에서 응급처치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공간이 넓다. 구급차가 좁아 기도 삽관도 어려운 우리나라 구급차와는 달리 환자 침대 위쪽으로 두 사람은 앉을 수 있었다. 무전기와 약품 등을 수납할 공간도 충분했다.
독일 구급차도 20여 년 전에는 작고 낮아 불편함이 많았다. 하지만 소방당국은 응급환자의 원활한 치료를 위해 구급차의 크기를 키우기로 결정했다. 15인승 승합차나 대형 픽업트럭을 활용해 앞뒤 길이 6m 이상이다. 구급차 차체를 키우기로 결정하면서 응급구조사들이 새로 운전면허를 따야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당국이 재교육 비용을 부담하면서까지 밀어붙였다. 위급한 환자를 안전하게 이동시키고, 구급대원의 부상을 막기 위해서다. 10년 차 응급구조사 플로리언 페일 씨(35)는 “응급환자를 심리적으로 안정시켜야 하는 경우도 많은데, 그럴 때도 넓은 구급차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구급대원 출신인 라이언 리 앨버타주 보건부 응급의료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한국 내 구급차 1811대 중 1737대(96%)가 소형이라는 점에 대해 “이런 구조로는 기도 삽관뿐 아니라 다른 응급처치를 하기에도 매우 어렵다. 환자가 병원에 도착할 때까지 아무 일도 생기지 않기를 기도해야 할 것”이라며 “잘못됐다”고 말했다.
구급대가 제 역할을 하려면 이송 중 응급처치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에선 구급대원의 업무 범위가 14가지로 한정돼 있어 심근경색 환자의 심전도를 재지 못하고, 응급 분만 산모의 탯줄도 자를 수 없다. 반면 앨버타주에선 구급대원이 전문의약품 투약을 포함한 거의 모든 응급처치를 할 수 있다. 앨버타주 보건부 수석의료책임자 마크 매켄지 씨는 “환자가 반드시 응급실에 가야 할 상황이 아니라면 구급대원이 환자에게 진통제만 주고 돌려보냄으로써 응급실 과밀화까지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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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팀장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이지운 김소영 이문수 기자(이상 정책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