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RFI "지도자 추모 행사, 대규모 시위로 번진 전례 있어" 중국 관영 매체 축소 보도…포털서 별세 소식 자취 감춰 리커창 고향 옛 집 앞에 조화 쌓여…추모 열기는 뜨거워
중국 당국이 지난 27일 별세한 리커창 전 국무원 총리를 애도하는 움직임이 ‘제2 톈안먼 사태’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해 대규모 추모를 막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기 집권과 경제 침체로 시진핑 국가주석에 대한 반발 여론이 높아진 상황에서 리 전 총리의 사망이 현 지도부에 대한 반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풀이된다.
29일 프랑스 언론 라디오 프랑스 인터내셔널(RFI) 중국어판은 “리 전 총리의 별세가 ‘제2 톈안먼 사태’로 이어지는 것을 우려해 당국이 대규모 추모행사를 막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1989년 6월 톈안먼 민주화운동은 개혁파로 분류된 후야오방 당시 총서기가 그해 4월 중난하이에서 소집된 중앙정치국 회의에 참석했다가 갑자기 심장병 발작으로 쓰러져 세상을 떠나자 수십만명의 학생과 시민들이 광장에 몰려들면서 촉발됐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11월 말 장쩌민 전 주석이 숨졌을 때 대대적인 추모 분위기가 조성됐던 것과 달리, 중국 관영 매체들은 리 전 총리의 사망 관련 보도를 짤막하게 보도하는 등 추모 분위기가 커지는 것을 자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아울러 당국의 통제를 받는 최대 포털 바이두와 대표 SNS 웨이보의 실시간 인기 검색어 목록에 리 전 총리의 별세와 관련 소식이 등장하지 않았다.
리 전 총리의 죽음을 둘러싼 이런 미묘한 분위기와 관련해 중국 당국이 추모 분위기가 지나치게 커지는 것을 경계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중국의 여러 대학은 학생들에게 리 전 총리 추모 집회 금지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리 전 총리의 고향인 안후이성 허페이시의 옛 주택 앞에는 28일부터 많은 주민들이 꽃다발을 들고 찾아와 참배했다. 지금 살던 집 앞에도 조화가 쌓여 있는 모습이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확산하고 있다.
프랑스 ‘르 피가르’는 “리 전 총리의 별세는 중국의 외교, 국방부장(장관)이 면직되고 미중 긴장이 고조되는 ‘혼란의 시기’에 일어났고, 중국 경제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까지 겹쳤다”면서 “리 전 총리의 시신(사망)은 ‘중국 경제 (성장) 기적의 종말’을 의미하고, 이는 중산층의 조급함과 우려를 가중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막강한 권력을 보유한 시 주석은 미묘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과거 라이벌의 장례식을 존엄 있게 치르는 동시 그것이 잃어버린 황금시대의 상징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리 전 총리의 시신은 장례식과 추모행사를 위해 베이징으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장례식 일정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