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 난청인 ‘감각신경성 난청’ 방치 땐 인지 능력 저하 나타나 치료 시기 놓치기 전에 검사해야 보청기-인공와우 등 치료 효과 커
인하대병원 이비인후과 김현지 교수(오른쪽)가 청력검사실에서 보청기 클리닉 진료 중 실이측정기기를 통해 보청기 조절을 하고 있다. 인하대병원 제공
박성태(가명·72) 씨는 주위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말소리 구별이 어려워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많았다. 처음에는 정확한 단어 정도만 구별하지 못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른 사람들이 말을 걸어와도 대답하기 어려울 정도로 증상이 심해졌다. TV 볼륨을 계속 높여야 했고, 목소리도 커져 함께 사는 가족도 불편을 겪었다.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은 박 씨는 친구들과의 만남 횟수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고 최근에는 우울감과 불안 증세에 시달리기까지 했다.
박 씨는 가족 등 주변 사람들의 치료 권유에 정확한 진단을 받기 위해 인하대병원을 찾았다. 이비인후과 김현지 교수는 청력 검사를 통해 ‘감각신경성 난청’이라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보청기 재활 치료를 처방했다. 박 씨는 현재 꾸준히 청력 관리를 하면서 소리를 듣는 데 불편함 없이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청력은 기능이 떨어지면 자연적인 회복이 어렵다. 하지만 시력 교정에 비해 난청은 치료에 소극적이어서 보청기 재활 치료 비중이 낮은 상황이다. 대한이비인후과학회 분석 결과 현재 한국의 중증도 난청 환자의 보청기 재활 치료 비중은 12.6%에 머문다.
말소리 구별이 어려운 난청은 노화에 따른 것이 대부분이다. 노인성 난청인 ‘감각신경성 난청’이 흔히 나타난다. 귀 노화 현상은 청각에 가장 영향을 미치는 내이(귀의 가장 안쪽 부분) 기능이 떨어지면서 나타난다. 중년 이후 질병이나 별다른 이유 없이 양쪽 귀가 서서히 안 들리기 시작하면 감각신경성 난청을 의심해야 한다.
감각신경성 난청은 주로 고주파수영역대가 먼저 나빠진다. 정확한 단어 구별이 어려울 뿐, 음인지(音認知)는 가능하기에 난청 치료를 미루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치료를 미룰 경우 점진적으로 청력 장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감각신경성 난청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인지 능력 저하는 물론이고 ‘치매 발생’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달팽이관 안의 신경세포 수가 줄어들면서 귀에 전달되는 소리를 정확히 처리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시간이 줄어든다. 청력은 단순히 듣는 기능을 넘어 소통과 연결된다. 더욱이 청력을 상실하면 인지 기능이 함께 상실될 수밖에 없다. 청각의 기능을 활용하고 유지시키는 게 두뇌 기능을 유지하는 것과 긴밀한 관계가 있다.
난청은 조기에 치료하면 개선 효과가 높다. 청력 저하 정도에 따라 치료 후 도달하는 목표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청력은 25dB(데시벨)이 정상 범위다. 40dB부터 치료가 필요한 단계로 보는데, 40∼60dB이 보청기 치료에 높은 효과를 볼 수 있는 단계로 본다. 70dB이 넘어가는 고도난청의 경우 보청기만으로 부족해 인공와우(달팽이관에 전극을 삽입해 청각신경을 자극하는 장치) 이식을 통해 치료할 수 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