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의 이슬람 무장세력 하마스를 격멸하기 위한 지상전을 개시하면서 중동에는 확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당장 이란은 이스라엘을 향해 “레드라인(금지선)을 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헤즈볼라 같은 무장세력뿐 아니라 이들을 지원하는 이란과도 정면 충돌할 경우 중동 전역이 전화에 휩싸일 수 있다. 세계은행은 어제 ‘원자재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전쟁의 확대로 중동권 금수 조치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로 전개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40∼157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이스라엘 측이 ‘전쟁 2단계’ 돌입을 선언하면서 ‘전면전’ ‘침공’ 같은 표현은 피했지만 이번 하마스 궤멸 작전은 지상전의 본격 개시로 볼 수밖에 없다. 이스라엘군은 이전의 치고 빠지기 식 지상작전 때와 달리 가자지구에 진입한 부대를 철수시키지 않고 하마스 땅굴과 지휘소 파괴 등 점령지를 초토화하며 전선을 조금씩 확대하고 있다. 민간인의 대거 희생이라는 인도주의적 재앙을 우려하는 미국과 국제사회의 우려를 의식해 이스라엘은 몇 주면 끝낼 수도 있는 전면전 대신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단계적 확대 방식의 제한전을 선택한 것이다.
전쟁의 장기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이미 “길고 어려운 전쟁”을 예고했다. 전쟁 장기화는 중동 전역으로의 확전 우려를 키우면서 세계 경제와 안보에 큰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당장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의 급등은 물론이고 국제경제 전반에 파괴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더욱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1년 반 넘게 전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중동의 전쟁 확산은 전 세계적 안보 불안을 부채질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