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바다미술제와 시립미술관 극장展 지형-미술관 구조 활용한 작품들 눈길
부산시립미술관 ‘극장’전에서 벽면을 뚫은 모습. 부산=김민 기자 kimmin@donga.com
강물이 바다를 만나는 길목, 파도가 들이치는 해안, 리모델링을 앞두고 바닥과 벽을 뚫은 미술관…. 부산에서 색다른 장소의 맛을 살린 전시가 각각 기장군 일광해수욕장과 해운대구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2023 바다미술제’와 ‘극장’전이다.
14일 개막한 2023 바다미술제는 ‘깜빡이는 해안, 상상하는 바다’를 주제로 20개국의 31개 팀 예술가 43명의 작품을 일광해수욕장 일대에서 선보인다. 현대 사회에서 자원의 보고인 바다와 인간의 관계를 대안적 차원에서 돌아보고 상상해보자는 의미로, 그리스 출신 큐레이터 이리니 파파디미트리우가 기획을 맡았다.
대나무 방파제에 구멍을 뚫어 파도가 칠 때마다 피리처럼 소리가 나게 만든 펠릭스 블룸의 설치 작품 ‘바다의 풍문’(2023년). 바다미술제 제공
김동희 작가의 ‘호로 이어진 계단’은 미술관 1층 로비와 2층, 2층과 3층을 이어 설치한 계단식 구조물이다. 직선으로 된 난간에 동그랗게 튀어나와 있는 공간에 관객이 직접 서볼 수 있어 위태롭고 아슬아슬한 느낌을 체험할 수 있다. 김 작가는 미술관 벽을 깎아 내거나, 바닥재를 드러내는 등 공간 디자이너로도 전시에 참여했다.
이 밖에 전시장 가운데에 건축물 조각을 설치하고, 이 조각 내부에 설치된 소형 카메라에 기록되는 영상을 벽면에 투사해 여러 시점을 체험하게 하는 정정주의 ‘일루미너리’, 기억을 공간의 형태로 만든 홍범의 움직이는 설치 조각 ‘기억의 광장’, 미술관 벽면이나 바닥 속에서 신체 장기의 소리가 나도록 만든 최윤석의 ‘허기’, 미술관에 전시되는 작품의 의미를 시니컬하게 조명한 무진형제의 ‘미래의 환영’을 만날 수 있다. 미술관이라는 공간을 두고 예술가들이 얼마나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다양하게 맛볼 수 있는 전시다. 12월 17일까지. 무료.
부산=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