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 감수성 지수 73.5점 불과 임신-육아휴직 사용 어렵고 채용 시 남성직원 선호 경향
한국 사회의 직장 내 ‘젠더 감수성’이 낙제점 수준으로 낮아 회사에서 성차별을 겪는 일이 여전히 만연하다는 시민단체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직장갑질119와 아름다운재단이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엠브레인 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직장 내 젠더 감수성 지수에 대해 설문한 결과 100점 만점에 평균 73.5점이 나왔다. 해당 지수는 직장인들이 입사부터 퇴사 때까지 겪을 수 있는 주요 성차별 상황을 20개 문항으로 만들어 5점 척도로 수치화한 것이다. 점수가 낮을수록 응답자가 다니는 직장이 젠더 감수성이 부족한 곳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직장갑질119 측은 “젠더 감수성 지수 평균 점수가 73.5점에 그쳤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일터가 성차별과 젠더 폭력의 무법지대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비정규직, 저임금, 중소기업 노동자일수록 자신이 다니는 회사의 젠더 감수성을 낮게 평가했다.
이 밖에 같은 일을 하면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더 낮은 임금을 받거나 승진에서 차별받는 일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직장갑질119에 접수된 제보 가운데는 “남성 직원은 애를 낳으면 가장됐다고 승진을 시켜주면서 여성 직원은 급여 자체도 적게 책정돼 있다. 인사실장이 ‘급여가 낮은 것은 여성 직원이라 그렇다’고 말한 적도 있다”는 사례가 있었다. 또 다른 제보자는 “사장이 앞으로 남성 직원들을 뽑을 거라며 ‘남성 직원은 회사에 늦게까지 남아 있을 수 있고 잘 시켜 먹어도 군소리 없지 않으냐’는 이야기를 내 앞에서 했다”고 전했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고용이 불안정하고, 직급과 급여가 낮고, 규모가 작은 회사에 다니는 노동 약자들이 성차별과 젠더 폭력에 더 취약한 만큼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관리 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