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입대 위문공연한 김복희씨 병적기록 정정 권익위 도움으로 車번호판 등에 참전군인 표지 새겨 사망 70여년만에 유공자 등록도
6·25전쟁 당시 15세의 나이에 예술대원으로 참전했던 재미교포 김복희 씨. 애틀랜타 문학회 홈페이지 제공
“미국에서도 참전 용사 자격을 인정받게 돼 말로 다 할 수 없이 기쁩니다. 도와준 한국 정부에 감사합니다.”
6·25전쟁 당시 열다섯 살의 나이에 ‘여군 예술대원’으로 참전했던 재미교포 김복희 씨(88)는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의 도움으로 미국에서 ‘베테랑’(미국에서 국가유공자를 칭하는 용어)으로 인정되자 한국 정부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1950년 전쟁 발발 당시 여중생이었던 김 씨는 친구들과 함께 최전선 부대에서 국군 장병을 위문하는 ‘여군 예술대’에 입대했다. 김 씨는 그곳에서 간이 무대를 설치해 독창, 합창 등 공연을 했다고 한다. 그는 2014년 한 언론사 기고문에 “열다섯 소녀들은 어린 몸에 허수아비같이 남자 군복을 입었다”며 “추운 겨울 중공군의 습격으로 위문 공연 도중 부대가 풍비박산 나서 죽음을 면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전쟁이 끝나고 김 씨는 드라마 ‘전원일기’, ‘장희빈’ 등에 출연하는 등 2000년대 초반까지 배우로 활동했다.
권익위는 30일 6·25전쟁에서 24세의 나이로 순직한 한계문 씨도 사망한 지 70여 년 만에 국가유공자로 최근 등록됐다고 밝혔다. 한 씨의 묘지를 관리해 온 조카 한춘산 씨(70)는 올해 6월 한 씨가 참전 용사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권익위에 묘비 제작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권익위는 한 씨의 제적등본상 이름, 생년월일이 병적기록표상 기록과 달라 그간 국가유공자로 등록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병무청에 병적 기록 정정을 요청했다. 한춘산 씨는 30일 통화에서 “청춘을 국가에 바친 삼촌이 늦게라도 인정받아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